美 이어 日도 법인세 20%로 낮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임금 인상-혁신기술투자 기업 대상
당초 25%로 인하서 더 낮추기로
佛-英 등 글로벌 감세 레이스 가속

일본 정부가 임금을 인상하고 인공지능(AI) 등 혁신기술에 투자하는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20% 내외까지 파격적으로 깎아줄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당초 25% 내외로 인하할 예정이었지만 미국에서 2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내리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추가 인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8일 발표할 ‘생산성 혁명 정책 패키지’에 내년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법인세 부담을 최대 10%포인트가량 대폭 경감하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포함시키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조율 중이다.

당초 일본 정부가 정한 내년 법인세 실효세율(각종 공제를 제외하고 기업이 실질적으로 떠안는 세 부담)은 29.74%였다.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집권할 때만 해도 35.64%였지만 이후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내세우며 단계적으로 인하해 지난해 30% 밑으로 떨어졌다.

엔화 약세와 법인세 인하로 사상 최대의 수익을 거둔 일본 기업들이 속출했지만 정부가 원하는 만큼 임금 인상 및 설비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인구 감소 등 일본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 때문이었다. 이에 아베 정권은 정부가 기대하는 ‘3% 이상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설비 투자를 늘린 기업에 대해 25% 내외로 실질 법인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었다. 신문은 “현재는 전년 대비 2% 이상 임금을 올릴 경우 임금인상 촉진세제의 혜택을 받고 있다”며 “요건은 엄격해지지만 연간 몇만 건의 이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이 일본보다 낮은 20%로 법인세율을 낮추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여기에 유럽 각국이 감세 기조를 밝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는 33.33%인 법인세를 25%까지 단계적으로 내릴 방침이며, 영국도 19%인 법인세를 2020년까지 17%로 낮출 계획이다.

결국 일본 정부는 추가로 2단계 감세를 신설해 기업들이 AI, 사물인터넷(IoT) 등 혁신 기술에 투자하며 국가적인 생산성 향상 노력에 동참할 경우 실질 세부담을 5%포인트가량 더 깎아주기로 했다.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50%에 육박하는 상황이지만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감세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임금 인상과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에 과감한 경영 판단을 촉진하는 세제 조치를 마련한다’는 내부 방침도 정했다. 수익을 내면서도 임금을 올리지 않거나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세금 우대 대상에서 제외해, 실질적으로는 세금을 더 내게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법인세 인하에 동참하면서 전 세계적인 ‘감세 레이스’는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국 국회에서 나타나는 법인세 인상 움직임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법인세#인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