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카탈루냐… 독립선언 일단 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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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반대-경제적 압박에, 자치정부 수반 “잠시 중단… 대화 희망”
스페인 총리 “입장 명확히 하라” 압박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의 의회 연설이 예고된 10일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그가 진짜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할지를 놓고 의회 안팎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카탈루냐 의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던 BBC는 “카탈루냐 의회가 이토록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독립 선언을 할 경우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48시간 안에 국경을 폐쇄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었고, 스페인 중앙정부는 반란죄로 푸지데몬 수반의 체포를 예고했다.

예정보다 2시간이나 늦게 연설장에 나타난 푸지데몬 수반은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나는 카탈루냐 독립 공화국을 선포할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1일 실시된 투표에서 90%가 독립에 찬성해 독립 선언 요건이 충족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독립 선언서에도 서명했다. 하지만 곧이어 의회에 “우리는 몇 주 동안 독립 선언을 중단할 것이다. 우리는 합리적인 대화와 중재를 원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즉각적인 독립 선포 대신 한발 물러서는 방법으로 중앙정부와의 정면충돌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며칠 전만 해도 독립 강행을 예고했던 푸지데몬 수반은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반대와 경제적 압박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독립 반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상임의장도 “명백하게 카탈루냐, 스페인, 유럽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그런 결정을 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 “독립을 선언할 경우 카탈루냐와 스페인 경제에 엄청난 불확실성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11일 오전 긴급 내각회의 후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카탈루냐 정부는 독립을 선언한 것인지 아닌지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푸지데몬 수반이 넘긴 공을 다시 넘긴 것이다. 라호이 총리는 “푸지데몬 수반이 고의적으로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확실하게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앙정부는 “국가는 분열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독립 선언을 전제로는 협상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카탈루냐#독립#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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