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셀프 사면’ 만지작… 권력남용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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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 “사면은 대통령 권한”… 러 스캔들 수사 중단 의도 내비쳐
전문가들 “실행땐 법치 모욕하는 것”… 탄핵 여론 되레 거세질 가능성
실제로 셀프 사면 단행 어려울 듯

가족과 측근들이 대거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의혹에 연루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셀프 사면’으로 정국을 돌파하려는 의지를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밤 트위터에 “미 대통령이 사면할 완벽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모든 사람이 동의한다”면서 “지금까지 우리를 겨냥한 ‘비밀 누설’이 유일한 범죄인 상황에서 그것(사면)을 생각하면 어떠냐”고 썼다.

측근과 가족의 러시아 접촉 사실 이외에 구체적인 대선 개입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모든 걸 덮고 수사까지 중단시키기 위해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참모와 가족, 심지어 자신까지 사면할 수 있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관해 물어봤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 헌법 제2조 2항 1절은 ‘대통령은 범죄에 대해 형 집행을 유예하거나 사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확정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서만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대통령이 형량을 줄이거나 면제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러시아 의혹에 연루된 측근과 가족을 사면함으로써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를 제한하고 사건을 종결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에 대해서는 사면권이 제한된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자신에 대한 탄핵까지 막을 수는 없다. 자신과 연결돼 있는 가족과 측근의 수사가 중단되면 러시아 의혹과 관련한 탄핵 사유를 법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사라져 사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다.

셀프 사면이 실행되면 ‘수사 방해’에 대한 탄핵 여론이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 이전에 사면을 단행한다면, 공화당이 의회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반발 여론이 강해지면서 민주당이 탄핵 절차를 밟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셀프 사면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리처드 프리머스 미시간대 법학 교수는 “역대 대통령 중 누구도 이런 식의 사면을 시도한 적이 없다”며 “셀프 사면은 법에 의한 지배라는 기본 가치를 모욕하는 것이어서 불가능하다는 게 절대다수 헌법 학자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조너선 털리 미국 조지워싱턴대 법대 교수는 “대통령이 자기 자신을 사면한다면 권력 남용이라는 심각한 문제 제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후임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 의해 사면 받은 유일한 대통령이었지만 논란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대선 기간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 2차례 만나 대선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을 정보기관이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세션스가 키슬랴크를 만난 것은 알려졌지만 대선 관련 정보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처음이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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