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트럼프에 판정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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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에 맞설 것” 문구… G20 공동선언문에 포함돼
트럼프의 ‘美우선주의’ 힘 못써… NYT “美 또 스스로 고립시켜”

독일 함부르크에서 이틀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더욱 고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선언문 작성 과정은 각국 정상들이 자유무역과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시각차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주요 외신들은 G20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승리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세계에서 고립시켰다고 평가했다.

G20 정상들은 9일 채택한 공동선언문에서 “모든 불공정 무역관행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에 맞설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올해 3월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한다”는 문구가 미국의 반대로 3년 만에 공동선언문에서 빠졌던 것과 대조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힘을 쓰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선언문에는 “합법적인 무역방어 수단의 역할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미국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파리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서는 견해차가 더욱 극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각국 정상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미국의 탈퇴 결정에 주목한다(take note of)”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을 제외한 G19 정상들은 파리협약은 “되돌릴 수 없다(irreversible)”고 명시했다.

뉴욕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기후변화 선임 고문을 맡았던 앤드루 라이트를 인용해 “미국이 다시 한 번 스스로를 고립시켰다”며 “20조 달러(약 2경3000조 원)에 달하는 청정에너지 시장에서 스스로 발을 뺀 꼴”이라고 지적했다.

G20 의장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의의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탈퇴 결정을 개탄한다(deplore)”며 “선언문에서 미국의 반대가 극명했지만 나머지 G19 정상이 동의한 것에 대해 기뻤다(gratified)”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트위터로 “이번 G20 정상회의는 메르켈 총리에 의해 훌륭하게 치러졌다. 고맙다”며 그의 리더십을 칭찬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12월 파리협약 2주년 행사를 겸한 기후변화 정상회담을 파리에서 열겠다고 밝혔다. 협약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이로=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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