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혁명기념일에 ‘마크롱 암살’ 모의

  • 동아일보

경찰, 극우활동 20대 남성 체포… 채팅방에 “암살위해 기관총 필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격렬 저항
마크롱 개혁, 재정적자에 빨간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의 암살을 계획했던 청년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개혁과 젊음의 상징으로 추앙받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적개심을 품은 세력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다. 3일 AFP통신은 사법당국 소식통 등을 인용해 14일 ‘바스티유의 날’(프랑스혁명 기념일) 퍼레이드에서 마크롱 대통령 살해를 모의한 23세 남성이 구속·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무직인 이 남성의 이름 등 구체적인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파리 외곽 아르장퇴유 지역에 거주하는 이 남성은 최근 영상게임 채팅방에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기관총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남겼다. 누리꾼의 신고로 경찰은 그의 소재지를 파악하고 지난달 29일 체포작전에 나섰다. 용의자는 당황한 듯 부엌칼을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했고, 경찰은 대치 끝에 그를 붙잡았다.

파리 검찰은 그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것은 분명하며 의도적으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경찰 조사에서 용의자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대통령을 공격하려고 한 것이 사실”이라며 “대통령을 죽이고 흑인, 아랍계, 유대인, 동성애자를 공격함으로써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남성은 과거 극우 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던 ‘문제아’로 확인됐다. 2011년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청사에서 폭탄을 터뜨리고 노동당 청소년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총 77명을 살해한 신나치주의자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를 추종한 이력으로 지난해부터 18개월간 철창신세를 졌을 정도로 극우 성향이 뚜렷하다.

프랑스 극우세력은 과거에도 ‘바스티유의 날’에 대통령을 노렸다. 2002년 극우단체 ‘위니테 라디칼’ 소속의 막심 브륀리는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행진 도중 겨냥했으나 현장에서 제압당해 체포됐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노동개혁이 재정적자라는 암초를 만나 곤란한 상황에 빠져있다. 그는 2018년까지 조세, 연금, 노동개혁 등을 마무리짓겠다고 공언했지만, 3일 프랑스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유럽연합(EU)의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 3% 이내를 넘어서는 3.2%로 예상돼 당장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위기에 놓였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에 따르면 정부 재정을 중시하는 우파 공화당 출신의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은 “대통령이 대선 때 제시한 모든 공약은 다 지키겠지만 그것들은 현실 가능한 스케줄이 필요하다”며 공약 이행 시기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디디에 미고 회계감사원장은 “2018년 예산은 2017년보다 재정적자 상황이 훨씬 복잡해졌다”며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가 작년 GDP 대비 3.4%였던 재정적자가 올해 2.8%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는 임기 말 재정지출을 과소평가한 것으로 EU에 솔직하지 않은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 파리=동정민 특파원
#마크롱#암살 모의#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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