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인기인’ 만들어 드려요”…화려한 ‘가짜 일상’ 제공 업체 등장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4월 4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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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패밀리 로맨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패밀리 로맨스 홈페이지 캡처
맛집, 파티, 여행, 미모의 친구들…매일 화려하고 신나는 일상으로 넘치는 소셜미디어는 때때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 이 같이 ‘소셜미디어에 올릴 만한’ 일상을 꾸며 주는 업체가 일본에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닛칸겐다이, 위드뉴스 등 현지 매체는 ‘패밀리 로맨스(FAMILY ROMANCE)’라는 업체를 소개했다. 가족·연인·친구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빌려’주는 업체다. 이 밖에 결혼식·장례식·세미나 참가 대행도 진행한다.

특히 이 업체가 얼마 전 내놓은 ‘리아쥬(リア充) 대행 서비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리아쥬’는 현실(Real)에 충실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게임이나 인터넷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일본 젊은이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말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인기인처럼 보이게 해 주는 서비스’라고도 할 수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주변에 항상 친구들이 가득하고 매일 즐거운 일상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예를 들어 친구들에게 축하받고 있는 생일 파티,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을 ‘연출’해서 사진에 담아 올리는 식이다. 업체 측은 또 홈페이지에 “주변에 밝고 사교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경우, 전 남친, 전 여친에게 행복한 일상을 과시하고 싶은 경우” 이용을 추천했다.

아래는 홈페이지에 실린 ‘후기’다.

“‘친구 대행’ 10명 부탁해서 도쿄의 유명 호텔에서 생일 파티를 열었어요. 야경이 아름다운 바에서 한 잔한 뒤, 방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했어요. ‘깜짝’ 이벤트로 커다란 케이크를 선물 받는 사진도 찍었답니다. 요즘 너무 바빴는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페이스북, 트위터에도 좋은 사진을 많이 올릴 수 있었어요.”

“커플끼리 바다에 놀러 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귀여운 여자 분, 상큼한 느낌의 남자 분으로 부탁했고 다들 정말 즐겁게 해 주셨어요. 사진을 인스타랑 블로그에 올렸더니 ‘좋아요’랑 댓글을 많이 받았어요.”

가격은 기본요금 1인당 2시간 8000엔(약 8만 원)으로 제법 비싼 편이다. 교통·소품·장소 대여·식사비는 고객 부담이다. 대행 직원의 성별·나이·용모·복장 지정은 무료다. 직원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그대로 소셜미디어에 올려도 된다. 세세한 연출로 ‘설정샷’도 찍을 수 있다. 옷을 바꿔 입고 장소를 옮겨 각기 다른 날 찍은 사진처럼 꾸미는 치밀함도 보인다.

업체 측은 홈페이지에서 “개인차가 있어 (소셜미디어)방문자 수가 반드시 늘어난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며 “많은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고 다시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업체 측에서 제공하는 친구 대여 서비스. 사진=패밀리 로맨스 홈페이지 캡처
업체 측에서 제공하는 친구 대여 서비스. 사진=패밀리 로맨스 홈페이지 캡처
업체 측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밖에도 다양하다. 결혼식 참석·가족·연인 대행 서비스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이 업체는 한 수 더 떴다. 특히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결혼식·장례·성묘 참석 ▲연인 ▲가족 ▲친구▲미팅에서 분위기를 띄워주는 친구 ▲같이 놀이공원에 놀러가 주는 친구 ▲같이 노래방에 가 주는 노래 잘하는 친구 ▲강연회·세미나 참석 ▲무대 관객 ▲음식점 고객 ▲푸념 들어주기 ▲대신 남에게 사과해 주기 ▲방 청소·짐 정리 등이다.

‘가족 대행’란에서는 “이혼·별거·절연·아이의 양육권을 잃은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을 대비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2009년 생긴 이 업체는 한 달에 약 2~30건 의뢰를 받고 있다고 한다. NHK, TV 도쿄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연령대는 주로 2~30대이며, 유형은 다양하다. 실생활에서 친구 만들기가 어려운 사람들은 대부분 소셜미디어에서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며, 인간관계에 별 문제가 없지만 과시를 위해 이용하기도 한다고.

온라인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현지 네티즌들은 “친구가 없는 사람이 그 서비스를 이용하면 무슨 소용? 사진을 올려도봐 주는 사람이 없잖아” “취업용으로 회사에 낼 페이스북 계정 꾸미는 거 아니냐” “2시간 8000엔? 너무 비싸다. 차라리 내가 싸게 해 주고 싶을 정도” “회사 이름부터 수상” “슬퍼진다. 이런 서비스를 진심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그냥 병에 걸린 거잖아. 병으로 마음이 약해진 사람을 악용해서 장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잖아. 왜 자신을 위해서 살지 않나” “사진을 딱 보면 고용된 직원이랑 고객을 구분할 수 있을 듯”이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업체 대표는 최근 닛칸겐다이와 인터뷰에서 “사교 능력도 실력이다. 경영인이나 개인 사업자, 영업 사원은 친구가 많을수록 신뢰도가 올라간다”며 “또 이런 체험을 통해 자신을 바꾸고 싶은 분도 있다. 직원과 즐겁게 지내면서 실생활로 연결해가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허울뿐인 거짓말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적극적인 성격이 되는 계기가 됐다는 사람들도 있다. ‘진짜’ 이상의 기쁨을 느끼실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 같은 때(4월)에는 ‘같이 벚꽃을 보러 가 주는 친구’ 대행 의뢰가 많다고 한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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