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망친다” CEO들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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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反이민 정책 대혼란]페이스북 저커버그-구글 브린 등
이민가정 출신 CEO-연구원 많아 “창의적 인재 유입 막을 것” 우려

 
“나도 난민 출신이다.”(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최고경영자(CEO)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反)난민 행정명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7개 무슬림 국가 출신의 미국 입국을 막는 것은 자유, 개방, 평등 같은 미국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는 건 물론이고 혁신과 창의성 같은 미 경제의 핵심 장점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리콘밸리는 미국 내에서 엘리트 이민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의 상징적 인물인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도 시리아 출신 이민자의 자식이었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브린은 29일(현지 시간) 오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열린 반이민 행정명령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 브린은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나도 난민 출신이기 때문”이라며 부당성을 지적했다. 브린은 옛 소련의 열악하고 억압된 환경을 피해 부모를 따라 6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많은 사람처럼 나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들이 불러올 충격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저커버그는 평소 자신의 증조부모가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에서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왔고, 중국계인 부인 프리실라 챈의 부모도 중국과 베트남 출신 난민이라고 밝혀 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이번 행정명령은) 너무도 ‘비(非)미국적’이며 모두에게 고통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이번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과 함께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CEO들이 반이민 행정명령에 강하게 반발하는 데에는 회사 경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회사 엔지니어와 연구원 중 적잖은 수가 이민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자사 직원들이 해외 출장이나 휴가 뒤 미국에 입국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트럼프#난민#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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