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빗장 건 ‘이민자의 나라’… 지구촌 대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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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명령 발동 파문
美, 이슬람권 7개국 국민 입국 금지… “헌법 위반” 美전역 反트럼프 시위
이라크 “보복 조치” 각국 반발 확산

 약 400년 전 종교와 경제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이민자의 나라로 불려온 미국의 ‘친(親)이민 정신’이 무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비자 발급과 입국을 90일간 중단하고 모든 난민 수용을 120일간 멈추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한국이 설 명절을 보내는 동안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리비아 예멘의 여권을 소유한 이들 중 최소 375명의 미국 입국과 미국행 비행기 탑승이 금지되고 상당수가 공항에 억류되거나 아예 발길을 돌렸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 주요 대도시 공항은 물론이고 영국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 공항에선 이번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져 글로벌 반트럼프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선 29일 300여 명의 시위대가 입국장에서 하루 종일 ‘노(NO) 트럼프’ ‘우리는 무슬림 이웃을 사랑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난민 수용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특정 지역 출신과 신념을 가진 이들 모두에게 (테러) 혐의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서는 등 국제 연대가 넓어지고 있다. 해당 7개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제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 의회 외교정책위원회는 29일 긴급회의 후 성명을 내고 “이슬람국가(IS)라는 테러리즘에 맞서 최전선에서 (미국과 함께) 싸우는 이라크를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정부에 보복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번 조치는 무슬림 금지이며 (IS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번 행정명령을 무효화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뉴욕 주 등 15개 주와 워싱턴 시의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행정명령은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긴급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종교에 관한 게 아니라 테러로부터 미국을 안전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선 “기독교인들이 중동 지역에서 (IS에 의해) 참수되고 있는데 이는 멈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이민#지구촌#행정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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