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화해 손길 내민 부시家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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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활기가 없다(low energy)”는 조롱을 받으며 굴욕적으로 중도 하차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요즘 트위터에 트럼프의 행정부 조각(組閣) 인선을 칭찬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달 말 베치 디보스 교육장관 인선을 “훌륭한 선택”이라고 호평한 데 이어 이달 중순 릭 페리 에너지장관 지명자를 “완벽한 장관이 될 것”이라고 치켜세우는 등 총 7명이 부시 전 주지사의 ‘칭찬 리스트’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 정책을 비판해 온 스콧 프루잇 오클라호마 주 법무장관이 환경보호청장에 지명되자 부시 전 주지사는 20일 CNN에 “트럼프 인선 중 최고”라는 글을 남겼다.

 부시 전 주지사는 지난달 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 “트럼프 당선인과 그 가족을 위해 계속 기도할 것”이라며 “그의 성공을 바란다는 걸 그가 알았으면 한다”고 적어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대선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변신이다. 부시가 공화당 출신 전직 대통령인 아버지와 형의 트럼프 지지 거부로 앙숙이 된 트럼프의 공화당 ‘적대적 인수’에 제동을 걸기 위해 화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시는 같은 글에서 “트럼프가 공화당을 확장하고 실용주의와 따뜻한 마음을 갖고 대통령직을 수행하길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트럼프의 당 주류 때리기 수위를 낮춰달라는 뜻을 나타냈다.

 최근 형인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해들리가 트럼프 인선의 ‘키 플레이어’로 떠오른 것으로 알려지며 이런 관측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같은 행정부에서 국토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톰 보서트가 해들리 추천으로 트럼프의 대(對)테러·국토안보보좌관으로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23일 보도했다. 같은 행정부에서 4년간 국토안보보좌관을 지낸 프랜 타운센드는 국가정보국장(DNI)으로 거론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 과정에 부시 가문 측근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외교 경험이 없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이 있어 러시아 유착 의혹이 있었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각각 국방장관과 국무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와 콘돌리자 라이스의 적극적 추천이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 본인도 텍사스 주 출신에 석유사업가라는 공통점을 지닌 틸러슨 지명을 환영하며 공화당 의원들에게 의회 인준을 당부했다.

 부시와 트럼프 진영의 협업을 이끌고 있는 또 다른 거물급 인사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다. 폴리티코는 “체니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자주 연락할 뿐 아니라 틸러슨 인준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펜스가 체니의 조언을 즐긴다”고 전한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맹렬히 비판한 이라크전의 주 설계자가 체니인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누구도 예측 못한 시나리오”라며 “체니의 행보가 트럼프와 (공화당) 주류 간 화해의 시작점이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지가 관심거리다. 아버지 부시는 고령(92세)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지만 아들 부시는 내년으로 결정을 미루겠다고 한 상태다. 부시 전 대통령은 선거 다음 날인 지난달 9일 “새 대통령과 국가의 성공을 기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트럼프#부시#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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