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美에 필리핀 병사와 놀 시간 충분히 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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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中 두테르테 ‘脫美親中’ 가속… “中-러와 연합훈련… 美와는 중단”
중국무기 구매할 의사도 밝혀

 18일 중국 방문길에 오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중국, 러시아와 연합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랜 동맹국인 미국과의 연합 훈련을 중단하고 대신 미국과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새로운 군사 협력 파트너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3박 4일간의 방중을 통해 ‘탈미친중(脫美親中)’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리핀의 이탈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도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방중 시작 하루 전인 17일 방송된 홍콩 펑황(鳳凰)TV 인터뷰에서 “중국, 러시아와의 연합 군사훈련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미국과는 (연합 훈련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큰 규모는 아니지만 중국 무기를 구매할 의사도 있다”며 “필리핀군은 대테러 목적의 소형 공격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인들에게는 필리핀 병사들과 놀 시간을 충분히 줬다. 우리 병사들이 굴욕을 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 미국과의 연합 군사훈련 중단 사실을 재확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보도된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에서는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대립이 아닌 협상을 원한다”며 “남중국해 분쟁 때문에 (중국과 필리핀이) 전쟁으로 가는 것은 이성적인 것이 아니다. 대화가 더 낫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의 필리핀 마약 소탕전 비판에 대해 “중국은 필리핀을 단 한번도 비판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조용히 도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루나이를 방문 중인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교장관도 “과거 행정부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 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과도 회동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에 200여 명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문해 ‘새로운 경제 동맹’을 위한 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올 6월 30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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