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비번 말 안 해?’ 17세 女동생 때려 숨지게한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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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8월 10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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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비밀 번호를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17세 소녀가 친 오빠에게 맞아 숨지는 일이 터키에서 발생했다. 이번 사건도 이슬람권 국가 일부에서 자행되는 일종의 ‘명예살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터키 남동부 도시 바트만 거리에 “나는 가족에게 고문당해 죽은 아미네 데미르타시입니다.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포스터가 나붙었다고 하베르튀르크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미네 데미르타시(17·여)는 지난 2일 오빠 ‘카슴’에게 구타를 당한 끝에 사망했다.

구타를 당한 이유는 아미네가 가족 모르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들통이 났으나, 가족에게 비밀번호를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빠는 아미네에게 비밀번호를 말하라며 때리기 시작했고, 아버지는 ‘입을 열 때까지 때리라’고 아들을 부추겼다. 어머니 역시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 구타를 방관했다.

아미네는 끝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고 버티다가 사망했다. 사실상 가족에게 고문을 당하다 숨진 셈이다.

경찰은 카슴과, 아들을 부추긴 아버지를 구속하고 어머니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진행했다. 카슴은 경찰에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아 여동생을 죽였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아미네의 죽음에 분노한 지역 인권단체는 바트만 거리에 아미네의 사진을 걸고 “나는 가족에게 고문당해 죽은 아미네 데미르타시입니다.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라는 메시지로 터키 사회의 여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 11일에는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여성이 가족 구성원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명예살인’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인구의 95% 이상이 무슬림인 터키는 2000년대 초반부터 명예살인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명예살인으로 의심되는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슬람주의를 표방한 정의개발당(AKP)이 집권한 이래 터키 사회가 보수주의로 회귀하며 여성에 대한 억압이 강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트만 여성총회의 베리반 아자르 대변인은 “친인척에 의한 여성 살해가 늘고 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자살로 위장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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