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지면 누굴 먼저?”…엄마 구했다가 아내에 버림받은 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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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7월 26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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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CTV뉴스 페이스북 캡처
중국 CCTV뉴스 페이스북 캡처
“엄마와 아내가 동시에 물에 빠진다면 누굴 구하겠는가?” 뭇 남성을 한 번쯤 곤란하게 했을 법한 이 질문이 현실이 됐다.

25일 다수의 중국 언론은 홍수 위험에서 어머니를 먼저 구했다가 아내에게 버림 받은 가오(高)라는 성을 가진 남자의 사연을 전했다.

가오 씨는 중국 허베이(河北) 성 싱타이(邢台) 시 다시안(大贤) 지역에서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 재혼한 아내, 두 자녀(4세· 2세)와 함께 살고 있었다.

지난 19일 밤 9시 무렵, 가오 씨는 쏟아지는 비를 뚫고 차로 2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따로 살고 있던 어머니의 집으로 향했다. 부모가 따로 떨어져 산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오 씨는 홍수가 날까 걱정해 어머니를 찾아갔지만 3시간이 지나도록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자 차를 몰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20일 새벽1시50분경 가오 씨는 “홍수가 났다!”고 외치는 겁에 질린 아내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가오 씨는 아내에게 “아버지와 아이들을 데리고 피하라”고 외치고 서둘러 어머니의 집으로 갔다. 가오 씨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배까지 물이 찬 상태였기에 그는 어머니와 함께 지붕으로 대피했다.

가오 씨는 집에 두고 온 아버지와 아내, 아이들을 구하러 집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급류가 가슴까지 차올라 발만 동동 굴렀다.

폭우가 그친 뒤, 식구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집으로 돌아간 가오 씨는 4명 모두 지붕 위로 무사히 대피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남편의 선택에 크게 실망한 모양이다.

처자식을 돌보지 않고 어머니를 구하러 달려간 가오 씨에게 실망한 아내는 두 자녀와 집에 있던 2000위안(약34만 원)의 돈만을 들고 집을 떠났다.

가오 씨는 아내가 화난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아내는 좋은 여자다. 부모님도 잘 모셔왔다”고 말하며 아내가 떠난 친정으로 찾아가 용서를 빌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에서는 18년만에 대홍수가 일부 지역을 휩쓸어 큰 피해가 발생했다.

허베이 성에서만 24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163억 위안(약 2조 7700억 원)에 달하는 직접적 경제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싱타이 지역에서는 지난 19∼20일 하천 수위가 순식간에 2m나 높아지며 주변 마을들이 거의 수몰돼 38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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