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헬영국?’ 英 젊은층, EU 탈퇴 반대하는 이유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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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다면 영국 젊은이들이 수십 년 간 EU란 틀 안에서 누려온 각종 자유와 혜택을 한꺼번에 잃어 ‘헬영국’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브렉시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특히 젊은층에 집중되며, 취업 학업 여행 등 생활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파운드화가 수일, 수 주 내에 폭락하며 인플레이션과 함께 생활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런 경제 불안 요소가 젊은층들이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핵심 이유”라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취업 불안감은 가장 큰 반대 이유다. 영국 젊은이들은 그동안 영국을 포함한 28개 EU 국가에서 다른 EU 젊은이들과 함께 동등한 취업 기회를 누렸지만 영국이 EU를 벗어나면 취업 비자를 받아야 하며 체류 기간에도 제한을 받는 등 불이익이 예상된다.

영국대학생연합(NUS)의 소라나 비루 부대표는 “EU 내 이동의 자유는 영국 젊은이들에게 취업의 폭을 넓혀줬다. 특히 전문 분야를 공부한 영국 젊은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EU 기업을 찾아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영국 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채용컨설팅업체인 패스모션이 영국의 상위 75개 기업 인사담당자와 임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 49%가 “브렉시트가 되면 신규 채용 규모가 줄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영국 기업이 향후 비자 등으로 채용이 까다로워지는 다른 유럽 젊은이들보다 자국 젊은이들의 채용을 늘릴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설문에서는 25%만 “영국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늘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 공부하는 영국 젊은이들은 학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영국은 등록금이 비싸기로 유명해 한해 6000파운드(약 1023만 원)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1만5000여 명의 영국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독일과 네덜란드 등 다른 EU국가에서 유학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EU에서 탈퇴할 경우 단번에 ‘외국인 신분’이 돼 비자 취득과 함께 치솟는 학비 충당의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또한 영국에서 수학 중인 2만여 명의 EU 학생들도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영국 젊은이들이 유럽 대륙을 자유롭게 여행하며 1년간 ‘갭 이어(gap year·고교 졸업 후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해)를 보낸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당장 무비자 혜택이 사라져 이동이 불편해지며, 항공료를 비롯한 여행비용 부담도 커진다. 유럽건강보험카드(EHIC) 발급이 제한돼 다른 국가 체류 시 의료비 부담도 증가할 전망이다. 리버풀에 사는 아멜리아 히스먼 씨(23)는 “EU 안에 있을 때 영국은 시장, 기업,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탈퇴한다면 경제는 침체되고, 당장 우리들의 일자리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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