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반성할 기회 주려고 묘비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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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뉴욕 묘비’ 범인 밝혀져… 33세 예술가… 경찰, 불기소 처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의 묘비(사진)를 뉴욕 센트럴파크에 몰래 세우고 달아난 사람의 정체가 밝혀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뉴욕의 상징 센트럴파크에서 트럼프 묘비가 발견된 것은 3월 27일. 트럼프 이름 아래에 태어난 해(1946년)는 적혀 있었으나 사망한 해는 공란으로 비워져 있었다. 또 묘비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선거 구호를 비꼰 ‘미국을 다시 증오하게 만들었다(Made America Hate Again)’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하루 뒤 묘비를 센트럴파크에서 철거하고 수사를 벌였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요원들도 수사에 참여했다. 그 사이 트럼프 묘비를 찍은 사진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범인을 잡는 일은 쉽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에 누군가가 트럭에서 커다란 물체를 싣고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한밤중이라 차량번호를 인식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경찰은 4월 초 온라인 매체 고타미스트(Gothamist)에서 익명의 예술가가 “내가 그 묘비를 설치한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찾았다. 기사에는 묘비를 제작하기 전 원석의 사진이 첨부돼 있었다.

경찰은 이를 단서로 삼아 뉴욕 시내 묘비 제작상들을 돌며 범인 찾기에 나섰다. 브루클린에서 65년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묘비 제작상 ‘슈프림 메모리얼’의 프랭크 카사라(70)와 그의 아들이 문제의 묘비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카사라는 “젊은 남성이 가게에 와서 트럼프 묘비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경찰에게 털어놨다. 경찰은 그가 제공한 고객 이름과 상점 CCTV 영상을 바탕으로 묘비 제작을 의뢰한 사람이 33세의 브라이언 화이틀리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은 9일 화이틀리를 찾아가 면담했다. 하지만 그를 기소하지는 않았다. 특별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NYT는 이날 화이틀리에게 전화했으나 어떤 해명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예술가(화이틀리로 추정)는 3월 30일 NYT와의 통화에서 “트럼프가 스스로 후세에 남기려는 자신의 유산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려고 묘비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사망연도를 공란으로 뒀다”고 말했다. 신문은 트럼프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바꿀 만한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트럼프#묘비#뉴욕#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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