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장 “대통령 탄핵 표결 무효”…브라질 정국 혼란 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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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위한 11일 상원 전체회의 표결을 앞두고 ‘하원 표결 무효 선언’이 나오는 등 브라질 정국이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부패 혐의로 직무가 정지된 하원의장을 대신해 임시의장을 맡은 바우지르 마라냐웅 의원은 9일 오전 절차상 문제를 들어 지난달 15~17일 하원에서 이뤄진 대통령탄핵안 토론과 표결이 무효라고 선언했다. 탄핵 표결 때 정당은 찬반 의견을 당론으로 정하거나 공표해서는 안 되는데 이를 어겨 의원 개개인의 자율적인 표결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마라냐웅 임시의장은 “상원으로 넘어간 탄핵안을 하원으로 되돌려 토론과 표결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호세프 대통령 탄핵의 원천무효를 위한 첫 단계”라며 환영했다. 반면 탄핵을 주도해온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과 야권은 마라냐웅 임시의장을 강하게 비난하며 연방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하원 표결 무효 선언으로 혼란이 커지자 헤난 칼레이루스 상원의장은 9일 호세프 대통령 탄핵심판을 위한 상원 전체회의 표결은 예정대로 11일에 이뤄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마라냐웅 임시 하원의장의 무효 선언에 대해 “상원은 몇 주 전에 탄핵심판 표결 시행 방침을 밝혔고 전체회의 표결에 필요한 특별위원회의 탄핵의견서도 일찌감치 채택됐다”며 “이 결정(무효 선언)은 때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11일 상원 전체회의 표결에서 의원 81명 중 41명 이상이 찬성하면 연방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탄핵심판이 시작된다. 최대 180일로 규정된 탄핵심판 기간 동안 호세프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한다. 탄핵심판에서 적법성이 인정되면 탄핵안은 다시 상원 전체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전체의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은 최종 가결된다. 하지만 하원의장이 이미 표결 무효선언을 한 상황에서 상원 전체회의에서 탄핵심판 개시가 결정되더라도 반대파에선 이 결정의 효력을 놓고 문제를 삼을 것으로 보여 브라질은 혼란에 빠질 공산이 적지 않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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