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後 최대의 기회”… 개헌 부채질하는 日 우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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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신문 주최 ‘지금이 헌법 개정의 시기’ 행사 가보니…

《 “이미 싸움은 시작됐다. 이번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헌법 개정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힘을 내고 있다.” 26일 저녁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港) 구 닛쇼홀. 우익 성향 헌법학자 모모치 아키라(百地章) 니혼대 교수가 이렇게 말하자 객석에 앉은 700여 명의 청중이 힘차게 박수를 쳤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이 주최한 이날 행사의 주제는 ‘지금이야말로 헌법 개정의 시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일본 내 우익보수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

강단에 선 우익 저널리스트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 씨는 현행 헌법에 대해 “국제사회의 선의(善意)에 매달리라고 하는데 이는 국가의 책임을 절반 이상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역사를 날조하고 있다. 일본인으로서 당당하게 사는 것이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 되고 있다”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원인이) 일본을 전적으로 부정한 헌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발생한 구마모토(熊本)지진을 거론하며 긴급사태 발생 때 국민기본권을 제한하는 조항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외 반발 때문에 전쟁 포기와 무력 보유 금지를 담은 헌법 9조를 고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먼저 긴급사태 조항을 넣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모모치 교수는 “중의원에 이미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의 개헌 세력이 있고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오사카유신회가 약진하면 3분의 2를 넘을 것이 틀림없다”며 “전후 최대의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최대 난관은 국민투표인 만큼 본격적으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아비루 루이(阿比留瑠比) 산케이신문 정치부 편집위원은 “아베 총리는 올해가 정말 중요한 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총리는 자민당 내에 ‘내가 헌법 개정을 하겠다’고 나설 배짱 있는 사람은 자신 외에는 없다는 식으로도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을 ‘극좌’라고 불렀다. 개헌에 부정적인 제1야당 민진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에게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한다. 언제나 포인트가 어긋나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객석에서는 폭소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연 중 상영된 짧은 영상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등장했고 “전후 최대의 위기”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현행 헌법에 대해서는 초안을 만든 연합국군총사령부(GHQ) 민정국 담당자 중에 헌법 전문가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민정국에 공산주의자가 많았는데 그들의 의견이 포함됐고,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모르는 미국인들이 미국의 독립선언, 스탈린 헌법 등을 짜깁기해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일본 최대 영향력을 가진 우익단체 일본회의의 대표인 다쿠보 다다에(田久保忠衛) 교린대 명예교수는 “일중, 미중 관계가 소원한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며 “만약 미중 관계가 개선되면 일본에 헌법 개정 안 해도 된다, 강해질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헌법 개정의 움직임을 본격화하겠다는 우익 세력의 강한 의지를 표출하는 장이었다. 입구에선 안내 직원들이 ‘일본 헌법의 100가지 쟁점’이라는 기사가 실린 산케이 계열 월간지 ‘정론’ 특별판을 나눠줬다. 나이가 지긋한 남성이 대부분인 청중이 환호하고 박수를 쳐 강연장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전후#개헌#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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