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힐러리 “브렉시트 NO” 입맞춘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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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EU에 남아야 규제완화 등 美 국익 도움” 한마음
탈퇴땐 美기업의 ‘유럽 전진기지’ 사라져… 월가 큰 타격
IS격퇴 전략에도 차질… 탈퇴찬성측선 “내정간섭” 비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에 기를 쓰고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당장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럽 내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영국의 이익보다는 미국 국익을 앞세운 논리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영국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기자회견을 갖고 “영국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솔직히 미국 국익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영국이 EU에 잔류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영국이 EU에 남아 있을 때가 최고 상태이며 세계가 직면한 여러 위협은 미국과 영국이 함께 협력해 대처해야 한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강조했다. 23일 BBC방송 인터뷰에서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최대 10년까지 걸릴 수 있다. EU보다 앞서서 미국과 협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외교정책자문인 제이크 설리번도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를 통해 영국의 EU 잔류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CNN머니 분석에 따르면 미국 기업과 제휴사의 유럽 전체 매출 중 30%가 영국에서 나온다. 특히 런던에 기반을 둔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은 다른 EU 국가들의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인데 영국이 EU에서 나와 버리면 이런 특혜를 누리기 어렵게 된다. CNN머니는 “런던에 기반을 둔 금융기관은 나머지 EU 국가들의 금융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영국에서 영업하는 것은 일종의 ‘금융여권’을 받는 것”이라며 영국이 월가은행들의 유럽 전진기지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렉시트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미 금융기관은 골드만삭스라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매출액 338억 달러(약 38조8000억 원)의 28%가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 나왔다. EU 출범 후 대부분의 유럽지사를 런던으로 옮겼고 중동지사도 런던에 두고 있는 형편이다.

영국이 EU에서 빠지면 테러 대책에도 문제가 생긴다. 미국은 EU 국가를 핵심 축으로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치르고 있는데 브렉시트가 되면 미국의 IS 격퇴를 위한 유럽 전선이 EU와 영국으로 분할돼 어려움을 겪게 된다.

브렉시트 우려로 급락하던 영국 파운드화는 오바마 대통령 발언에 힘입어 25일 5주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마이클 휴슨 CMC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의 개입은 브렉시트 잔류파에 힘을 실어주면서 파운드화 가치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내 EU 탈퇴를 지지하는 진영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브렉시트 반대 발언을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했다. 브렉시트 운동을 주도하는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22일 주간지 ‘더 선’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것은 EU가 미국의 이익과 철저히 부합하기 때문”이라며 “그의 주장은 자기모순적이고 비논리적이다”라고 비판했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오바마#힐러리#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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