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파악한 한반도의 안보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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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가 19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만약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자체 핵무장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한 발언이 아니라 핵 확산 방지와 한국의 안보를 위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미국이 핵우산을 포기하고 ‘한일 핵무장 용인’을 언급한 데 대한 반박의 의미가 강하다.

브룩스 지명자는 트럼프가 거론했던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에 대해서도 “지난해 한국은 미군 주둔 인적 비용의 50%가량인 8억800만 달러(약 9130억 원)를 부담했고 매년 물가 상승으로 오르게 돼 있다”고 정확한 수치까지 인용해 트럼프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지적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관해 “북의 위협에 대처하는 다층적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분명한 어조로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보와 관련된 만큼 그의 발언은 우리에게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그는 중국의 대북(對北) 억지력에 대해 “중국이 김정은 정권의 존속을 위협할 수준의 압력을 가하지는 않고 있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북한 상황에 대해서는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오만하고 충동적이어서 상황을 오판할 위험성이 큰 독재자”라면서도 “김정은이 북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파악돼 정권 붕괴를 암시할 만한 불안정성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태평양사령부의 육군사령관으로 민감한 질문에도 단호하게 답변하고, 엄중한 현실에 바탕을 둔 논리로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시키는 모습이 신뢰감을 준다. 신상털기식 청문회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업무능력 검증에 집중하는 의원들이나 철저한 업무 파악 역량을 보여준 지명자가 부럽기까지 하다.

새 주한미군사령관이 파악한 한반도의 엄중한 안보 현실에 비춰 정작 핵과 미사일을 이고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안이하다. 북의 5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됨에도 여야 정치인들은 권력 다툼에만 열중하느라 안보 위기에는 관심조차 없다. 브룩스 지명자는 “주한미군은 오늘 밤이라도 당장 싸울 준비태세를 갖춘다는 각오로 한국과 함께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우리 안보 당국자나 정치인들로부터도 듣고 싶다.
#빈센트 브룩스#핵우산#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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