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黨, 아이슬란드 접수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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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페이퍼스’에 유권자 분노…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3% 1위
가을 총선서 세계 첫 집권 가능성… “정치시스템 전체 개혁 추진할 것”

아이슬란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해적당. 지지자들은 해골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가한다.
아이슬란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해적당. 지지자들은 해골 깃발을 들고 집회에 참가한다.
아이슬란드에서 ‘해적당’의 돌풍이 거세다. 조세회피 자료 ‘파나마 페이퍼스’ 폭로 이후 탈세 의혹이 제기된 총리가 사임했지만 유권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올가을 조기 총선에서 해적당이 집권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해적당은 43%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독립당과 함께 연정을 이끌고 있는 진보당의 지지율은 7.9%에 그쳤다.

해적당은 인터넷 파일 공유를 막는 저작권법과 특허권의 철폐, 온라인 직접민주주의, 정치적 투명성과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세계 69개국에서 청년을 중심으로 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2006년 세계 최초로 창당된 스웨덴 해적당은 2009년 유럽의회에 2명의 의원을 당선시켰고, 독일 해적당도 2011년 지방 주의회 선거에서 당원 45명을 의회에 진출시켰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올해 조기 총선에서 집권한다면 역사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해골과 뼈’로 된 깃발을 내건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돌풍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해적당 지지자인 오마르 하프스타인손 씨(62·전기기술자)는 “기존 정당들은 이러한 부패 구조의 일부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새로운 해적당을 지지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해적당 원내대표인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의원(49)은 “해적당은 인터넷 저작권법 개혁을 넘어 정치 시스템 전체를 변화시키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의 극우정당 돌풍과 달리 ‘해적당’은 특정 좌우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최고 의사결정은 모든 당원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분산돼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 토론을 통해 이뤄진다. 해적당에는 당수도 없고, 지도부도 없으며 매년 의원총회를 주재하는 의장만 뽑는다. 그러나 해적당은 마약 합법화, 주 35시간 근무제 등 이색 공약으로 눈길을 끌지만 정당 조직이나 자금력이 부족해 집권에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해적당#아이슬란드#파나마페이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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