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항공 여객기를 납치한 범인과 ‘셀피(Selfie)’를 찍은 20대 영국 청년이 온라인상에서 패러디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벤 이네스(26)라는 이름의 이 남성은 지난 29일(현지시간)일 이집트항공 여객기를 타고 알렉산드리아를 출발해 카이로로 가던 중 피랍돼 인질 신세가 됐다. 비행기 납치범 세이프 엘딘 무스타파(59)는 여객기를 키프로스 라르나카 공항에 비상착륙시킨 후 대부분의 승객을 풀어주었지만, 외국인 4명과 승무원 4명을 인질로 남겨뒀다.
이 4명 중 한 명이었던 이네스는 피랍 당시 무스파타와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어 친구들에게 전송했다. 인질범 옆에서 활짝 웃는 이네스의 모습은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퍼져며 각종 매체에 보도됐다.
더 재밌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누리꾼들은 원본 사진을 포토숍으로 매만져 각종 ‘역사적’ 사건 사진에 합성하기 시작했다. 이네스는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프 앞에서 활짝 웃으며 서 있기도 하고, 미국 9·11 테러 당시 무너지는 쌍둥이 빌딩 앞에 서기도 했다.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단체 앞에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미국 케네디 대통령 암살 당시 사진에도 등장했다.
단숨에 ‘세계적 인물’인 된 이네스는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는 당시 납치범에게 함께 셀피를 찍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 하더니 허락했다”면서 “그래서 나는 그 옆에 서서 카메라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최고의 ‘인생 셀피’를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들의 행동을 “멍청한 짓”이라고 질책했다. 납치범에게 풀려난 아들이 영국 맨체스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대체 왜 그런 짓을 했느냐”며 꾸짖었다고.
한편, 이집트항공 여승무원도 납치범 무스타파과 사진을 찍은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무스타파는 한때 정치적 키프로스 정부에 망명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옛 아내에게 아랍어로 쓴 편지 4장을 전해 달라며 여객기 밖으로 던지기도 했다. 전처는 공항으로 달려와 자수하라고 설득했다. 결국 비행기 납치극은 다친 사람 한 명 없이 마무리됐다.‘정신이 불안정한’ 남자의 비행기 납치 소동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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