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섬 사회’ 저자 레스터 서로 MIT 교수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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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사회’와 ‘부의 지배’ 등의 저서를 통해 경제 양극화의 심각성을 경고한 미국의 경제학자 레스터 서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25일(현지 시간)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30일 보도했다. 향년 78세. MIT는 서로 교수의 사망 사실을 이날 공식 발표하면서 사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로 교수는 일찍이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한 여러 저서로 주목 받았다. 특히 1980년 발표한 ‘제로섬 사회(1980년)’에서 미국을 이익과 손해의 합이 제로가 되는 사회로 규정하고 부의 승자독식 구조로 인한 경제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조세개혁을 촉구했다. 하지만 ‘부의 지배(2003)’에서는 세계화가 개도국 사람들의 실질적인 삶을 향상시킨 면도 있다며 세계화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의 미래(1997)’와 ‘부의 건설(1999)’ 등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힌 역작이다.

1938년 미국 몬태나 주 리빙스턴에서 태어난 고인은 월리엄스 칼리지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한 뒤 로즈장학생으로 선발돼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으로 석사학위를, 1964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으나 1968년 MIT로 옮긴 뒤 이곳에서 반평생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다. 1987~1993년 MIT 슬로안 경영대학원 학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각종 저서와 숱한 강연으로 대중에게 경제를 알리는데 노력했지만 그의 진짜 희망은 현실 정치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는 “고인은 카터 행정부(1977~1981년)에서 경제자문을 맡았지만 진정 원한 것은 경제관료 자리였다. 하지만 끝내 부름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서로 교수는 1997년 한 인터뷰에서 “왕(대통령)의 귀를 얻을 수 없다면 대신 대중에게 호소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이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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