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총리, 기자들에 “맞고싶냐” 종일 화풀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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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설명회-회견중 분 못이겨… 물건 집어던지고 밀치고 ‘원맨쇼’
뒤늦게 대변인 통해 이례적 사과

세상만사 제 뜻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기자 탓부터 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미국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진행자인 여성 기자가 맘에 안 든다고 TV 토론회에 불참하더니 이번엔 태국 총리가 언론 때문에 나랏일이 풀리지 않는다며 하루 종일 기자들을 향해 마구잡이 분풀이를 해댄 사실이 드러났다.

산센 깨우깜네릇 태국 정부 대변인은 4일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사진)를 대신해 이례적인 사과를 했다. 깨우깜네릇 대변인은 “총리가 2일 자신의 감정을 분출했던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언론과 국민에게 전달해 달라고 했다”며 “총리가 국민의 높은 기대 수준에 부응하기 위해 강한 압박을 받고 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2일 하루 종일 계속된 총리의 이성을 잃은 행동이 태국 언론을 통해 알려진 후였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쁘라윳 총리는 다혈질에 거친 언행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기자들을 사형시킬 수도 있다”거나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발언들이다. 이 때문에 올해 목표 중 하나를 ‘좋은 사람이 되자’로 잡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2일 오전 정부 발명품 설명회 도중 불필요한 인공저수지를 조성한 게 누군지 아느냐고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졌다가 “군인들”이란 답이 돌아오자 “맞고 싶냐”며 다시 이성을 잃고 말았다.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해진 그는 이후 “자격 미달의 인물이 정부에 참여하면 당신들이 책임질 것이냐”며 기자들에게 물건을 집어던졌다. 또 “나는 독서를 많이 해 업무에 정통하지만 기자들은 책을 읽기나 하느냐”는 유치한 발언을 늘어놓다 제 분을 못 이기고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을 마구 밀쳐내는 원맨쇼를 했다.

분풀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후 각료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정부 개헌안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받고 연단을 손바닥으로 두 차례나 거칠게 내려쳐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충격으로 연단 위에 있던 안경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2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언론은 왜 우리를 믿지 않느냐” “언론이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주진 않고 비난 여론만 부추긴다”며 적의를 드러냈다.

태국 군부는 2014년 집권 후 기존 헌법을 대체할 개헌안 제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마련한 첫 개헌안 초안이 군부의 정치 개입을 제도화한다는 비판 속에 폐기된 데 이어 두 번째 헌법 초안도 독소 조항이 많은 ‘독재자법’이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태국총리#기자#화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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