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몰래인터뷰 바람직했나” 숀 펜-롤링스톤誌 도마에 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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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범 체포 사실상 ‘일등공신’… 섭외과정-인터뷰 내용 싸고 거센 비판

수배 중인 탈옥수와 몰래 인터뷰한 미국 영화배우 겸 감독 숀 펜, 이를 보도한 미 대중문화잡지 롤링스톤. 이들은 결과적으로 세계 최대 마약왕인 호아킨 구스만을 잡는 데 일등공신이 됐지만 섭외 과정과 인터뷰 내용을 놓고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롤링스톤이 9일 펜의 구스만 단독 인터뷰 기사를 보도하자 현지 언론은 10일 “사법 당국의 눈을 피해 범죄자와 인터뷰를 해야 했느냐” “인터뷰 내용이 구스만에게 호의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을 보도했다.

미 보수논객 게일 트로터는 폭스뉴스에 나와 “수배 중인 범죄자를 도우려 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언론 윤리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앤드루 시먼 미 전문기자협회(SPJ) 윤리위원회 위원장은 블로그에서 롤링스톤이 구스만에게 인터뷰 기사를 미리 보여준 점을 지적하며 “사전 검열을 하면 기자는 호의적인 방향으로 기사를 쓰게 된다”고 비판했다. 수십 쪽 분량의 기사에는 구스만의 마약 범죄 사실과 함께 “구스만이 다른 경쟁 카르텔보다 덜 폭력적이다” “(구스만이) 예의 바르게 느껴졌다”는 펜의 주관적인 평가가 나온다.

인터뷰 기사를 쓴 펜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뉴욕포스트는 “엘 차포(키 작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구스만의 별명), 엘 저코(머저리)를 만나다”라고 조롱했고, 워싱턴포스트는 “이 인터뷰가 공익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언론인의 평가를 전했다. 그러나 스티브 콜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명 수배자와의 독점 인터뷰는 누가 인터뷰를 했든 합법적 저널리즘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마약 밀매와 살인죄로 수감된 후 두 번 탈옥했던 구스만은 자전적 영화를 제작할 욕심에 펜과 비밀 인터뷰를 했고, 기사가 나가기 전날인 8일 인터뷰 섭외 과정에서 그의 은신처에 대한 단서를 잡은 멕시코와 미국 수사 당국에 붙잡혔다. 지난해 7월 멕시코시티 연방교도소 샤워실에서 공사장까지 땅굴 1.5km를 파 두 번째 탈옥을 한 지 6개월 만이었다.

롤링스톤은 이전에도 도발적인 보도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0년에는 스탠리 매크리스털 당시 아프가니스탄 주둔군 사령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을 비판하는 ‘하극상 인터뷰’를 게재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첫 만남에서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실망했다”는 인물평을 했고, 조 바이든 부통령에 대해선 “그가 주장한 대로 하면 아프간을 혼란의 땅으로 만들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군에 대한 문민 통제를 훼손했다”며 그를 워싱턴으로 소환해 바로 해임시켰다.

롤링스톤은 2014년 11월 버지니아대(UVA) 남학생 사교클럽 회원들이 파티에서 여성들을 집단 성폭행했다는 ‘특종’을 터뜨렸지만 경찰 수사 결과 증거 불충분으로 결론이 나 사교클럽 회원들에게 소송을 당했다. 2013년 8월호에서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를 ‘테러범 같지 않은’ 사진과 함께 표지 인물로 보도해 “살인자를 우상화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경쟁자인 칼리 피오리나를 가리키며 “누가 저 얼굴에 투표를 하고 싶겠느냐”고 막말을 하는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도발적인 기사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마약왕#몰래인터뷰#탈옥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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