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가이드가 처음으로 별을 준 라멘집 ‘쓰타’의 최고 인기 메뉴인 3가지 간장을 섞어 만든 쇼유 소바(위쪽 사진). 쓰타에는 일반 테이블은 없고 카운터 좌석 9개가 전부다. 사진 출처 일본식당정보사이트 ‘다베로그’
2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외곽 스가모(巢鴨)역 남쪽 출구 인근 상가.
“여기인가 봐.” “문을 안 열었네.”
파카를 입은 여성 두 명이 셔터를 내린 건물 앞에서 속삭였다. 간판도 없어 겉으로는 뭐하는 곳인지 알 수 없는 이 식당은 전날 ‘미슐랭 가이드’가 별을 준 라멘(라면)집 ‘쓰타(조·담쟁이덩굴)’. 1900년부터 발행된 세계 최고 권위의 음식점 정보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가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별을 준 라멘집이다.
‘미식의 바이블’로 꼽히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는 그 식당을 찾기 위해 여행할 가치가 있는 탁월한 식당, 별 2개는 여정을 변경할 가치가 있는 맛있는 식당, 별 1개는 그 분야에서 특히 맛있고 서비스도 좋은 식당을 말한다. 별을 1개라도 받은 식당은 ‘미슐랭 스타’로 불리며 엄청난 명성을 누리게 된다. ‘쓰타’는 이번에 별을 1개 받았지만 고급 음식점도 아닌 1000엔(약 9500원) 안팎인 라멘집이 미슐랭 스타가 된 것은 이례적이어서 일본 전역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가게는 매주 수요일이 정기휴일인데 이 원칙은 미슐랭 별점을 받은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지켜졌다. 혹시나 해서 찾아온 일본 취재진과 라멘 애호가 30여 명이 가게 앞에서 북적였지만 문을 열 조짐은 없었다. 가게 앞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근처에 살면서 깔끔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라멘집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몰랐다”며 “항상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먹어야지 했는데 앞으로 먹기 더 힘들어졌다”며 웃었다.
2012년 문을 연 이 식당은 카운터를 따라 배치된 좌석이 9개뿐인 초미니 식당이다. 일반 테이블은 아예 없다. 손님들은 카운터 너머에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로 볼 수 있다.
이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올해 36세의 오니시 유키(大西祐貴) 씨다. 그는 남다른 장인정신으로 작품을 만들 듯 라멘을 만드는 것으로 소문난 인물이다.
이곳의 최고 인기 메뉴는 와카야마(和歌山) 현과 나가노(長野) 현의 삼나무통에서 2년 동안 숙성시킨 세 종류의 간장을 섞어서 만든 850엔(약 8100원)짜리 ‘쇼유(간장) 소바’다. 엄선한 일본산 밀 4종류를 맷돌로 갈아 직접 면을 만들고 국물에는 이탈리아산 송로버섯(트러플) 오일을 뿌려 풍미를 더했다. 일본 언론이 ‘850엔의 예술’이라고 극찬할 정도다.
이렇게 고집스럽게 라멘을 만드는 것은 오니시 씨의 신념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가나가와(神奈川) 현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가 운영하는 라멘집에서 5년 정도 일하다 흥미를 못 느끼고 의류 회사로 옮겼다. 바이어로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음식을 맛보던 중 ‘세계의 맛을 한 그릇의 라멘에 담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3년 전 식당을 차렸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제목이 ‘생애 라면과의 단판승부’일 정도로 라멘은 그에게 신앙과도 가까운 존재다.
그의 집념은 라멘 애호가들의 인정을 받았고 가게는 2시간가량 줄을 서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인기 식당이 됐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재료가 떨어질 때까지다. 보통 오후 4시경에 문을 닫는다.
오니시 씨는 1일 미슐랭 스타 발표회에서 “라멘이라는 요리가 인정받아 기쁘다”며 “별 3개를 목표로 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수상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감사하다”를 연발하며 손님들이 너무 오래 줄을 서 기다리는 수고를 막기 위해 번호표를 도입하거나 매장을 옮길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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