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핫이슈 된 반기문의 ‘핫데스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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潘총장 “공간 효율화-예산절감” 강행
직원들 “우리가 영업사원이냐” 반발… 핵심 국장들도 “보안 필요” 반대 서한

직원들의 고정 자리를 없애는 ‘핫데스킹(hot-desking·유연좌석제)’이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은 유엔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이 사무공간 효율화와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핫데스킹을 밀어붙이면서 일반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최근에는 반 총장을 보좌하는 사무처의 3대 핵심부서 책임자들까지 가세해 연대 항의 서한을 배포하는 등 반발이 조직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엔 소식통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무처 핵심 부서장들이 내부 개혁 방침에 이렇게 연대해 정면으로 대응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27일 본보가 입수한 A4용지 3장 분량의 서한에 따르면 정무국(DPA) 평화활동유지국(DPKO) 현장지원국(DFS)의 국장(사무차장급) 3명은 “DPA DPKO DFS는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곳이기 때문에 개방형 유연좌석제는 근무환경을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핫데스킹이 실시되면 중간 간부(과장급) 이하 직원들은 지정석 없이 공용 책상에 앉아서 일해야 한다.

서한은 또 “매우 민감한 정치 및 안보 현안을 다루는 3대 부서에선 간부뿐만 아니라 과장급 이하 직원들도 개별 보안이 철저히 보장되는 근무환경이 제공돼야 한다”며 “이런 우려를 여러 차례 표명했는데도 마치 ‘이미 확정된 사항’처럼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리국에 정식 접수된 이 항의 서한은 3대 부서 직원들도 모두 회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사무처는 반 총장의 1차 임기(2007∼2011년) 초반인 2008년 △직급별 8개 사무공간 유형을 4개로 간소화하고 △중간 간부(과장급) 이하 자리는 전부 개방형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의 ‘사무공간 계획 지침’을 마련했으나 직원 반발 등을 우려해 시행을 미뤄 왔다. 올해 초부터 ‘내년 말에 임기가 끝나는 반 총장이 곧 사무공간 개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고 이때마다 상당수 유엔 직원들은 “우리를 사기업의 영업 사원들로 보느냐”며 반발해 왔다.

유엔에 30년 근무한 한 직원은 유엔 내부통신망에 “핫데스킹을 실시하면 부서 회의 한 번 하려 해도 흩어져 앉아 있는 직원들을 하나하나 찾아야 한다. 이런 방식은 유엔 조직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란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직원들은 “유엔 내부에서 유엔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 “단기적 재정이익을 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업무 효율과 능력을 떨어뜨린다” 등의 댓글로 우려를 표출했다.

이에 반 총장 측은 “그동안 제한된 부서에서 시험 운영돼온 이 프로그램(핫데스킹)에 참가했던 직원 대부분은 상하좌우의 열린 소통을 가능케 한다는 이유 등으로 만족감과 지지를 표명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유엔의 한 한국인 직원은 “반 총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임기 막판 개혁 속도내기를 ‘한국 대선 출마를 위한 업적 쌓기’와 연관짓는 시선이 유엔 안에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반기문#학데스킹#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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