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편견의 벽 두드리는 ‘사회주의자’ 샌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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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본주의자인가.”

“아니다, 나는 민주적 사회주의자이다.”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버몬트 주 상원의원(74·사진)이 11일 NBC 시사대담 프로그램 ‘미트 더 프레스’에서 펼친 응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2일 샌더스 의원의 이 답변 때문에 그가 결코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6월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내에서 사회주의자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50%)은 무신론자(40%), 무슬림(38%), 동성애자(24%)를 능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샌더스가 유대인이기에 유대인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7%)까지 감안하면 미국민의 절반 이상이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미국의 대부분 주류 매체는 민주당의 샌더스 붐이 공화당의 트럼프 붐과 마찬가지로 일시적 현상일 것으로 봤다. 13일 민주당 1차 대선 경선 TV토론회가 끝난 뒤 CNN과 뉴욕타임스, 허핑턴포스트, 폴리티코가 일제히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우세를 선언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CNN과 함께 TV토론회를 주최한 페이스북의 토론회 직후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을 찍겠다는 사람은 12%에 머문 반면 샌더스를 찍겠다는 사람은 82%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유에스언컷’에 따르면 트위터에서도 토론회 전후 샌더스의 이름은 40만7000회가 거론돼 다른 후보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토론회 직후 샌더스는 4만2730명의 신규 팔로어가 생겨 클린턴의 2만4575명을 두 배 가까이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샌더스 선거캠프는 15일 CNN의 포커스 그룹여론조사와 공화당을 지지하는 폭스TV를 포함한 21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샌더스가 모두 승리했다며 1차 토론회의 승리를 자체적으로 선언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사회주의자여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했던 워싱턴포스트의 행보였다. 13일 토론회 직후 다른 매체와 달리 샌더스의 우세를 선언한 이 신문은 17일엔 “샌더스가 민주적 사회주의의 정의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민주적 사회주의는 기본적으로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추구하지만 샌더스는 “부유층이 아닌 모든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라는 의미로만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샌더스가 소셜미디어의 힘으로 소셜리즘(사회주의)에 대한 미국적 거부감을 어디까지 극복할 수 있을지도 이번 대선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미국#편견#사회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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