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최고 지도자 오마르 2, 3년전 이미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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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아프간 정부측 인용보도
수차례 사망설… 사실 확인 안돼, 美서 116억원 현상금 걸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최고 지도자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55·사진)가 이미 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 방송은 29일 아프간 정부와 정보국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2, 3년 전 오마르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인과 사망 시기 등은 밝히지 않았다. 오마르 사망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탈레반 대변인은 매번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자파르 하셰미 아프간 대통령 부대변인은 이날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르는 1960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주에서 태어났으며 자신이 살던 마을이 소련의 침공을 받자 ‘전사’로 나섰다. 1983∼1991년 러시아 군과 맞선 전투에서 4차례 부상을 당했으며 로켓탄의 파편에 맞아 오른쪽 눈을 잃었다.

그는 1994년 10월 학생 2만5000명을 규합해 이슬람 민병대 ‘탈레반’을 결성한 뒤 1996년 9월 수도 카불을 점령해 정권을 장악했다. 추종자들에겐 ‘물라(스승)’라고 불렸다. 오마르의 탈레반은 ‘이슬람공화국’을 선포하고 약탈과 강도, 부정부패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여학교 폐교, 여성 외출 금지 등 극단적인 남녀차별과 불상 파괴 등으로 세계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오마르는 집권 기간 동안 사진촬영을 금지해 ‘얼굴 없는 애꾸눈 두령’이나 ‘은둔의 지도자’로 불렸다.

또 다른 테러 단체인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을 후원했던 그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빈라덴 신병 인도 요구를 거부했다. 2001년 미군의 침공을 받아 탈레반 정권이 붕괴됐고 파키스탄 접경 지역 등에 피신해 도망자 신세로 탈레반을 지휘했다. 올 4월 초 아프간 탈레반은 웹사이트에 ‘물라 오마르 전기’를 올리기도 했다. 전기는 오마르에 대해 ‘화를 내거나 낙담하지 않고 해외 은행 계좌가 없다’고 묘사했다. 미국은 오마르에게 1000만 달러(약 116억 원)의 현상금을 걸고 있다.

오마르의 사망 보도가 나온 이후 또 다른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 탈레반의 세력 다툼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S는 자금력을 동원해 탈레반 산하 조직원들을 빼내가 탈레반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오마르 네사르 아프간현대화연구소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주 수입원인 아프간 마약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IS와 탈레반이 곧 사투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탈레반#오마르#사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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