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美 국무, 지구 32바퀴도 마다않는 ‘살인적 출장 스케줄’ 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16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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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베이징(1박2일)→17일 서울(1박2일)→18일 시애틀에서 5시간 보낸 후 워싱턴 귀경….

지난 주말 중국과 한국을 ‘번개’처럼 방문해 양국 정상을 만나고 다시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로 이동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살인적인 출장 스케줄이 화제다. 국무장관이란 자리가 ‘세계의 외교장관’이라 불리며 대통령 부통령 하원의장에 이어 미 정부 서열 4위여서 역대 국무장관들도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이었지만 케리는 역대 어느 장관보다 해외출장이 많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평이다.

18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2013년 2윌 취임 후 2년 3개월 동안 출장지에서 보낸 날이 장관 재직일의 40%가 넘는 353일이며 방문국은 65개국이다. 총 비행 거리는 81만 마일(130만4000km)로 지구를 32바퀴 이상 돈 셈이다. 이대로라면 재임 4년 동안 82만 마일(112개국 방문)을 비행해 해외 방문 많이 한 걸로 유명한 힐러리 클린턴 전임 국무장관기록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케리 장관이 비행기에서 보낸 시간만 따져도 약 1770시간으로 74일에 해당한다.

이번 달만 해도 아프리카 및 중동 출장(5월1일~8일)을 다녀온 뒤 사흘 쉬고 러시아, 터키(5월11일~13일)를 방문한 데 이어 사흘 간 워싱턴에서 업무를 본 뒤 이번 서울 방문에 나섰다. 4월에도 이란 핵협상 타결을 위해 스위스에 간 것을 비롯해 네 차례나 출국했다.

그러면서도 케리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재하는 주요 외교안보 회의에는 대부분 참석하고 있다. 국무부 한 관계자는 “케리 장관은 젊은 직원들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이 좋다. 워낙 바빠 비서실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장관 일정 짜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72세의 케리 장관이 아무리 베트남 전에 참전해 은성무공훈장까지 받은 강철 체력이라 해도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공동기자회견에 배석한 케리 장관이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하품을 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회견 사흘 전 캐나다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이 잦다보니 비행기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케리 장관은 20년 넘은 보잉 757 기종의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데 지난해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려다 기체 결함으로 민항기를 타고오기도 했다. 민항기를 탈 경우에는 백악관과의 직통 보안 전화를 사용할 수 없어 당시 케리 장관은 비행시간 동안 업무를 못 봐 답답함을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등 위험 지역을 갈 때는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전용기 대신 C-130 등 군수송기 짐칸에 몸을 싣기도 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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