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이어 오라일리도…美 스타 진행자 ‘전쟁 취재담’ 거짓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2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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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랜드 전쟁 등 수많은 전쟁 취재를 했기에 어지간한 사건에는 놀라지도 않는다.”(미 폭스뉴스의 빌 오라일리 진행자) “전투 지역에 간 적도 없으면서 무슨 소리.”(미 정치전문지 마더존스의 데이비드 콘 기자)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인 NBC의 간판 앵커 브라이언 윌리엄스가 이라크전 취재 후기를 거짓 보도해 무급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가운데 보수 성향 케이블방송 폭스뉴스의 스타 진행자 빌 오라일리(65)도 자신의 전쟁 취재담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 방송인의 잇따른 추문에 미 방송계가 곤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진보성향 격월간지 마더존스는 19일 ‘오라일리도 윌리엄스와 같은 문제를 지녔다’는 기사에서 오라일리가 1982년 아르헨티나-영국의 포클랜드 전쟁, 1980년대 엘살바도르 내전 및 북아일랜드 독립 분쟁에 관한 자신의 취재담을 부풀려 보도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2001년 자서전 ‘노 스핀 존’, 2003년 이라크전 당시 각종 인터뷰와 방송, 2013년 보스턴 폭탄테러 관련 방송 등에서 수차례 “포클랜드, 북아일랜드, 중동 등 세계적 분쟁 지역을 돌아다녔고 이로 인해 세 차례나 목숨을 잃을 뻔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콘 기자는 “1980년대 오라일리와 같이 CBS 방송에서 일했던 많은 기자들이 ‘당시 CBS는 포클랜드에 취재 기자를 파견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며 “전쟁 구역에 발도 들여놓은 적이 없는 그가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오라일리는 “나는 전쟁을 취재했다고 말했을 뿐 해당 지역에 있었다고 한 적은 없다”고 한 발 물러섰으나 군색한 변명이라는 비판이 많다.

‘독설’과 ‘거친 진행’으로 유명한 오라일리는 1975년 언론계와 연을 맺었다. CBS, ABC 방송을 거쳐 1996년부터 19년째 폭스뉴스에서 ‘오라일리 팩터’라는 정치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평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매번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시청하며 2014년 미 케이블방송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그는 게스트로 등장한 유명 정치인을 사정없이 혼쭐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대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형식적인 답변을 하면 가차 없이 말을 끊고 게스트를 몰아붙이는 식이다.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 이 방송에 출연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그의 인정사정없는 공격에 진땀을 흘렸다. 그는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 “조그맣고 뚱뚱한 사람이 위아래로 뛰기만 한다”고 혹평해 한국인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CBS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폭스뉴스를 케이블방송 1등 채널로 만든 일등 공신이어서 섣불리 징계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과, 2004년 그의 프로그램에서 연출 보조를 담당하던 30대 여성이 “오라일리가 나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하는 등 그가 종종 추문에 휩싸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점을 CBS가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맞선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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