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 추가 경제제재 결정… 시행은 유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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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동부 상황따라 수위 조절”
“말레이機 외부 물체에 맞아 추락”… 네덜란드 조사보고서 격추설 입증

우크라이나 정부와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사이의 위태로운 휴전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8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새 제재안은 로스네프트, 가스프롬네프트, 트란스네프트 등 세 곳의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이 유럽 자산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행은 유보됐다.

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성명에서 “새 제재안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러시아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휴전협정과 평화 계획의 이행을 평가할 시간을 주기 위해 며칠 뒤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 상황에 따라 EU는 제재안 전부 또는 일부를 재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으면 새 제재안을 폐기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5일 우크라이나 정부와 친러 반군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12개 휴전조항에 서명했다. 이 휴전조항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와 루간스크 주의 일부 지역에 특수 지위를 부여하는 법 제정 및 이 지역들에서의 조기 총선 실시, 모든 포로 교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8일 주요 교전지역 중 하나인 마리우폴을 방문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반군이 지금까지 1200명의 정부군 포로를 석방했다”고 설명했다. 휴전 감시 임무를 맡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휴전이 불안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산발적인 교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휴전협정 이후 4일 동안 우크라이나 정부군 5명이 숨지는 등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EU의 경제 제재 확대 결정에 러시아는 공식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가 새로운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산 가스를 재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네덜란드 안전위원회(OVV)의 조사 결과 올 7월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가 격추당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OVV는 9일 예비 조사보고서를 발표해 “항공기가 공중에서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다”며 “이는 높은 에너지를 지닌 많은 물체가 외부에서 관통한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OVV는 “기술적 결함, 승무원의 실수로 인한 추락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첫 공식 조사 결과로 반군이 쏜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기존 주장과 일치한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U#러시아 경제제재#말레이시아항공 격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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