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많던 새내기 경관 비극적 순직, 범인 사살하고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4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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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 주 저지시티 경찰관 멜빈 샌티아고(23)는 경찰학교 졸업 직후인 지난해 12월 현장에 배치된 새내기 경찰이다. 신참답게 표정이나 자세가 너무 진지했다. 하루는 선배 경관이 피자를 사주면서 "넌 좀 더 미소 짓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

13일 오전 4시경(현지 시각) 2인 1조 순찰차를 타고 근무 중이던 샌티아고는 커뮤니포(Communipaw) 애비뉴와 케네디 블러바드 사이에 있는 월그린(Walgreens) 가게에 강도가 들었다는 무전을 받았다.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 경찰차를 세웠다. 그러나 곧바로 뒤쪽 창문을 통해 총알이 쏟아졌다. 무차별 사격이었다. 머리에 총격을 당한 샌티아고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바로 숨졌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토록 진지하고 경찰 일에 자부심을 느꼈던 꿈 많은 신임 경찰을 살해한 용의자는 로런스 캠벨(27). 인근 지역의 다른 살인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지명 수배한 3명 중 한 명이었다. 캠벨은 월그린에서 경비 요원에게 인사용 카드(greeting card)를 파는 위치를 묻더니 갑자기 흉기로 경비요원을 위협하고 총까지 빼앗았다.

그런데 캠벨의 행동은 여느 강도와 달랐다. 월그린에서 아무 물건도 훔치지 않았다. 강도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망가지 않고 월그린 정문에서 오히려 경찰을 4분 가량 기다렸다고 한다. 애초부터 경찰을 살해하려고 작정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캠벨은 심지어 "내가 유명해질 테니 뉴스를 보라"고 목격자에게 말하기도 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캠벨도 곧이어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다.

새내기 경관 샌티아고의 순직으로 저지시티는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저지시티에서 경찰관이 업무 수행 중 사망한 것은 2009년 7월 이후 5년 만이다.

저지시티의 스티븐 풀럽 시장은 "근무 중인 경관이 살해된 건 비극적 상황"이라며 "샌티아고는 진정한 경찰이었다. 모든 시민이 함께 그를 추모하고 그의 가족을 위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지시티 경찰관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샌티애고는 경찰 근무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우리 도시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위험의 최전선에 몸을 던졌다"며 "어떤 말로도 이 비극에 대한 슬픔을 표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뉴욕 주의회 의장인 벤센트 프리에토는 "샌티에고의 죽음은 경찰관들이 매일 맞대고 있는 위험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자랑스런 아들의 비극적 희생을 전해들은 샌티아고의 어머니는 아들의 경관 배지 번호를 계속 되뇌며 "이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풀럽 시장이 전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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