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받이 내몰리는 소년병, 2013년에만 4000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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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분쟁지역 아동실태 보고서
23개국서 545명 전투중 숨져… ISIL-보코하람 등서 납치 자행
처형-성폭행 아동학대도 심각

최근 이라크를 내전 상황으로 몰고간 수니파 반군은 5월 말 기말고사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던 쿠르드족 중학교 학생 200여 명을 납치했다. 이 중 극적으로 생환한 3명은 이 무장단체가 납치한 학생들을 소년병으로 만들기 위해 세뇌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최근 CNN 인터뷰를 통해 증언했다. 납치된 학생들은 14∼16세로 총을 잡기엔 어린 나이다.

유엔은 1일 반기문 사무총장 명의의 ‘분쟁지역 아동실태 연례보고서’를 통해 무장단체 등에 끌려가 소년병으로 길러지는 어린이가 지난해 전 세계에서 4000명이 넘었다고 밝혔다. 이라크 시리아 남수단 나이지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23개국의 전쟁터에 어린이들이 끌려가 전투 중 숨지거나 신체 절단을 통한 처형, 성폭행 등을 당해 왔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790건의 전투 현장에서 소년병 545명이 사망하고 1149명이 부상당해 전년에 비해 사상자가 30% 늘었다.

유엔은 전쟁터에서 소년 학대가 어떤 국제적인 제지나 처벌 없이 자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레일라 제루기 유엔 아동·무력분쟁 특사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는 억제장치를 만들 때”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유엔보고서는 2013년 5월 아프가니스탄 가즈니 주 무쿠르 지역의 경찰서에 폭탄테러를 해 3명의 경찰관과 2명의 시민을 숨지게 하고 16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의 범인도 불과 15세 소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강제로 징집한 72명의 어린이 중 한 명이었다. 끌려온 어린이 중 가장 나이가 적은 어린이는 불과 8세였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종교와 이념으로 갈라진 각 정파가 서로 경쟁적으로 소년병을 길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 정파의 보복과 분쟁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학생들이 무참히 희생당하고 있다고 제루기 특사는 개탄했다.

CNN은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5월 말 이라크 내전 당시 납치한 학생들을 전투에 투입할 병사로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매일 새벽에 근본주의 이슬람교 신학을 공부하고 5시간 동안 포로 처형 장면이나 자살 작전 등의 폭력적인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출을 시도하면 머리를 자르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는다.

이번 보고서는 분쟁에 아동을 이용하는 정권이나 급진 무장세력 명단에 최근 수백 명의 소녀를 납치한 나이지리아 무장단체 보코하람을 새로 포함시켰다. 시리아의 알카에다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 시리아의 극보수 반군 ‘아흐라르 알샴’, 쿠르드족 군사조직인 인민수비대(YPG) 등도 보고서 명단에 추가됐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추가된 곳을 포함해 7개 국가의 50개 무장단체가 소년병을 징집해 전쟁에 이용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소년병#이라크#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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