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경호 선발대, 헤이그서 밤새 ‘만취 술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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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 도착 하루前 비몽사몽… 경호국 규정 어긴 3명 귀국 조치

일요일인 23일 오전.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둔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호텔 복도에서 미국인 남성 한 명이 술에 만취한 상태로 발견됐다. 호텔 직원이 미국대사관에 신고했고 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SS) 공격대응팀(CAT) 요원으로 확인됐다.

미 정부의 조사 결과 이 남성을 포함해 오바마 대통령 경호 선발대로 헤이그에 온 SS CAT 팀장 등 3명은 22일 밤부터 인근에서 술을 마셨다. 술판은 23일 새벽까지 이어졌고 대통령 도착 하루 전날 현장 경호 준비 일정에도 차질을 빚었다. 문제의 요원들은 즉각 귀국 조치됐고 현재 조사를 받기 위한 행정휴직 처분을 받았다.

에드 도노번 SS 대변인은 25일 이런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 줬지만 자세한 정황은 함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들은 ‘해외에 공식 출장을 간 SS 요원은 임무 수행 10시간 전부터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규정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

WP에 따르면 CAT의 주요 임무는 대통령이나 그의 차량 행렬이 테러범 등의 공격을 당했을 때 대통령을 보호하고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만큼 이들은 가장 건강하고 총을 잘 쏘는 정예 요원들로 구성된다. 정확한 임무 수행이 필수여서 요원들은 끊임없는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작전 수행 중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12시간 단위로 교대하며 비번일 때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임무 수행 10시간 전 음주 금지 규칙은 2012년 4월 남미 콜롬비아에서 벌어진 SS 요원 성매매 사건 이후 신설됐다. 당시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 참석한 오바마 대통령을 경호하기 위해 선발대로 현장에 도착한 SS 요원 20여 명은 밤에 술을 마셨고 일부는 창녀들을 호텔 방으로 데려갔다.

일부 요원은 창녀와 화대 문제로 호텔 복도에서 다툼을 벌였고 현지 경찰이 미 대사관에 신고해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SS 책임자와 요원 10명이 옷을 벗었다. 대국민 사과를 했던 마크 설리번 국장은 다음 해 2월 사직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므로 해외여행을 할 때는 높은 수준의 행동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충고를 무시한 이번 사건으로 SS에 문책 인사가 다시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오바마#경호선발대#헤이그#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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