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편드는 中… “지역강국에 불과” 깎아내리는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크림합병 놓고 갈라진 국제사회
中언론 “G8서 축출? 별거 아니다”… 브라질-인도-남아공도 “제재 반대”
오바마 “러시아, 美안보 위협 안돼”… 日, 경협 보류 등 美와 공동보조

미국 등 주요 7개국(G7)이 24일 크림 반도 합병과 관련해 주요 8개국(G8) 체제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기로 한 가운데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들이 제재에 반대하면서 국제사회 세력구도가 양분되는 기류다. 브릭스 소속 외교장관들은 25일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성명을 내고 “G7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고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러시아가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중국이 정치적 해결을 강조하며 러시아에 힘을 실어줘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 유력 일간지 신징(新京)보는 26일 ‘G8이 G7으로 바뀌는 건 별것 아니다’라는 외부 기고에서 “G8은 정식 회원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축출을 말할 나위가 못 된다”고 비판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가 운영하는 하이와이왕(海外網)도 G8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을 영토와 인구, 국내총생산(GDP) 등의 항목별로 분석하며 G7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천연가스 자국 내 생산량은 수요의 16.7%에 불과하다”며 자원 강국인 러시아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이 같은 중국의 반응은 시진핑(習近平) 체제 이후 러시아와 신(新)밀월을 구가하며 미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대(對)서방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정상 취임 뒤 첫 방문국으로 서로 상대국을 택했다. 지난해에만 네 차례 회담을 가졌다. 일각에서는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 문제에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는 중국이 러시아의 크림 반도 합병을 암묵적으로 지지함으로써 자국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작심하고 러시아 깎아내리기에 나섰다. 그는 25일 헤이그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지역강국일 뿐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도 미국의 강경 노선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러시아의 크림 합병 선언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외교전략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일단 다음 달로 예정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과 경제 관련 회담 등을 보류할 방침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가 물러서지 않으면 올가을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크렘린은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의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며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25일 “G8에서 러시아는 전문가부터 장관급까지 폭넓은 인사들이 다양한 현안에 참여해 왔다”며 “G8이 아니더라도 다른 통로를 통한 국제협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고기정 koh@donga.com
파리=전승훈 / 도쿄=박형준 특파원
#러시아#중국#미국#크림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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