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전역 ‘분노의 금요일’ 유혈충돌… 사망자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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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형제단 무장투쟁 목소리 커져… 과도정부, 군인-경찰 실탄사용 허용
안보리 긴급회의, 양측에 자제 촉구

《이집트 군부가 14일(현지 시간)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면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민중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30년 장기 독재를 끝낸 이집트의 ‘아랍의 봄’은 이번 ‘대학살 참극’으로 내일을 알 수 없는 ‘피의 겨울’로 접어들었다. 국제사회는 이집트 유혈 사태를 한목소리로 규탄했지만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 군부가 14일(현지 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면서 정국은 격랑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시위 진압은 ‘대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무장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어 이집트 사태는 군부와 시위대의 ‘무장 유혈 충돌’로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슬림형제단이 군부의 무력 진압에 항의해 ‘분노의 금요일’ 시위를 촉구한 16일 이집트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카이로의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모였던 이슬람 시위대 수만 명은 금요예배를 마친 뒤 람세스 광장에서 출발해 시내 중심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이집트 지중해 도시 다미에타에서 시위대 8명이, 북동부 이스마일리아에서 4명이 각각 군부와의 충돌 과정에서 숨졌다. 수도 카이로에서 검문소 경찰 1명이 괴한의 습격으로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이어졌다.

형제단은 성명을 내고 “순교자를 잃은 슬픔과 고통에도 군부의 범죄에 대한 우리의 각오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아나톨리통신은 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집트 정부군이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야전병원에 불을 질러 시신을 불태웠다고 전했다.

앞서 이집트 과도정부는 전국에 한 달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야간통행금지령 등 계엄 조치에 따라 군인과 경찰에 대해 필요하면 실탄을 발사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시위대가 통행금지령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혀 당분간 유혈 충돌이 지속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일 이집트 정부와 무슬림형제단 측에 ‘최대한의 자제심’을 발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안보리는 이날 이집트 사태 관련 긴급회의를 비공개로 열었지만 결의안이나 의장성명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안보리의 대응 방식 중 가장 수위가 낮은 의장 구두 발언으로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사국 간 견해차가 크며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유럽연합(EU)은 내주 초 이집트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집트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도 현실화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 휴가지에서 “이집트 과도정부와 보안군의 조치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특별성명을 발표한 뒤 다음 달로 예정됐던 이집트와의 연합 군사훈련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덴마크 정부는 세계은행과 국제노동기구를 통해 이집트에 공급해 온 530만 달러(약 59억 원)의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노르웨이는 이집트에 대한 군수물자 수출 허가를 전면 동결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유혈충돌#무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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