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금융규제’ 의제 포함 놓고 정면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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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FTA협상 막올라
EU-월가 찬성… 오바마 행정부는 반대
美, 농업-문화시장 개방 최대 관심… EU, 군수 포함 조달시장 접근 눈독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8일 워싱턴에서 처음 시작됐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교역량의 30%를 차지하는 두 거대 경제체의 협상이어서 양측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미국과 EU는 이날 댄 멀레이니 미 무역대표부(USTR) 유럽담당 대표보와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유럽위원회 국장을 각각 협상대표로 내세워 범대서양투자동반자협정(TTIP) 첫 협상에 나선다. 최근 미 국가안보국(NSA)이 EU 재외공관을 도청했다는 의혹으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협상 연기를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예정대로 협상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양측이 이번 TTIP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협상단은 농업시장 접근권과 전자상거래 교역 등 모두 15개로 분야를 나눠 내년 12월 타결을 목표로 일정 협의에 들어간다. 관세(3%) 인하부터 각종 규제와 정부조달시장 투자부문 등 비관세장벽 협상에서 어떤 의제를 다룰지 협의한다.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관세보다는 비관세 장벽을 놓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국의 도드-프랭크법에 기초한 금융규제법안을 협상 의제에 넣느냐를 놓고 충돌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행정부는 금융규제를 포함하라는 EU 측의 요구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협상 대상에 포함시키면 규제안이 대폭 완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으며 EU는 미국의 규제를 EU 금융시스템에까지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FTA 협상에서 정부와 보조를 같이했던 월가가 이 사안에는 EU 편에 서 미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EU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 연방, 주(州), 시 정부가 발주하는 정부 조달시장에 좀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여기에는 군수 부문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은 유럽의 농업시장을 노리고 있다. 몬산토와 같은 미국의 글로벌 농업생명공학기업이 석권하고 있는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해 EU는 여전히 규제의 장벽을 높이 쌓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자국 농가에 지급하는 농업보조금 폐지 문제와 EU가 문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영화 방송콘텐츠 시장을 협상 대상에서 빼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도 민감한 협상 대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협상 개시로 중국이 당장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7일 분석했다. 미국과 EU의 FTA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며 실제 타결되면 중국이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는 이번 FTA가 성사되면 미국은 한 해 1230억 달러(약 140조5000억 원), EU는 1540억 달러(약 175조9000억 원)의 새로운 부가가치가 발생하며 세계경제에도 1290억 달러(약 148조5000억 원)의 혜택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무역협상이고 농업 부문 등 민감한 부분이 산적해 내년 12월까지 협상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금융규제#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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