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대선 열기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차베스 장례식이 치러진 다음 날인 9일 “대통령 재선거를 다음 달 14일에 치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대통령 유고 시 30일 내에 재선거를 하도록 한 헌법에 따른 조치이다. 대통령 선거 출마자는 11일까지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한다.
여권에선 차베스 대통령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51)이 후보로 나선다. 야권은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 주 주지사(41)를 야권 단일 후보로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버스운전사 출신의 노조 지도자로 성장한 집권당 마두로 후보와 20대에 국회 진출에 성공한 야권의 정치 엘리트 카프릴레스 후보의 양자 구도로 대선 판이 짜였다.
카프릴레스 후보는 지난해 10월 치러진 대선에서 4선에 도전한 차베스 대통령에게 도전했지만 패배했다. 당시 카프릴레스 후보는 44%의 득표율을 얻어 차베스 대통령에게 10%포인트 뒤졌다. 하지만 이는 야당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카프릴레스 후보는 정치적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살아있는 차베스 대통령을 이기지 못했던 중도파 카프릴레스 후보가 사망한 차베스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분신을 자처하는 그의 후계자 마두로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현재로는 마두로 후보가 크게 유리한 상황이다. 한동안 지속될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지지층을 자극해 표심을 결속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두로 후보는 8일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 뒤 차베스 대통령의 시신 앞에서 대통령 선서를 다시 해 자신이 후계자임을 확실히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마두로 후보는 눈물을 흘리며 “차베스 사령관은 영원하며 혁명의 후퇴는 없다”고 선언했다. 임시 대통령에 오른 마두로 후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차베스 대통령의 사위인 호르헤 아레아사 기술과학장관을 공석이 된 부통령직에 승진 임명한 것이었다.
차베스 대통령 사망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선 마두로 후보가 카프릴레스 후보에게 14% 정도 앞서고 있다고 AFP통신이 9일 전했다. 베네수엘라 야권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관건은 추모 분위기로 고조된 마두로 후보에 대한 동정여론을 얼마나 빨리 차단하는가 하는 것. 야권은 임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 유세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지만 위헌은 아니라는 선관위의 해석이 재빠르게 나와 첫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