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사망]암에 스러진 反美 아이콘… 장기집권의 꿈 14년만에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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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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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이 수도 카라카스 거리로 몰려나와 애도했다. 차베스는 남미 좌파의 맹주로 활동해 남미의 상당수 국가 정상은 그의 사망 소식에 공식 외교 일정을 중단하고 애도를 표했으며 그의 장례식에도 대거 참석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상당수 서방 국가도 차베스의 죽음에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이 같은 애도 분위기와는 달리 베네수엘라 국내와 남미는 ‘차베스 공백’에 따른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 ‘긴장 속’ 차베스 죽음 애도

AP AFP통신 등 외신은 차베스 지지자 수백 명이 카라카스의 거리로 몰려나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으며 음식점과 상점들은 일찍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차베스가 치료를 받다 사망한 군 병원 등에는 지지자들이 몰려와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차베스 지지자들은 “차베스는 최고의 지도자였다”며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반면 한 학생운동가는 “차베스의 죽음은 베네수엘라의 진정한 변화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희망을 내비쳤다. 미국에 거주하는 베네수엘라 교민들은 차베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국기를 들고 모여 기뻐해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을 보여 줬다.

차베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브라질 대통령실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8일 카라카스에서 거행되는 차베스 장례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세프 대통령은 “위대한 남미인이자 브라질인의 친구인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은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은 8일 장례식 날에 하루 앞선 7일 새벽 카라카스로 향할 예정이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쿠바 등은 사흘간의 애도 기간도 선포했다.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애도 메시지도 이어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의 별세라는 어려운 시기에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지지,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건설적 관계 발전에 대한 관심을 재확인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와의 경제 협력 강화에 나섰던 중국도 “차베스는 위대한 지도자이자 중국 인민의 절친한 친구였다”고 애도를 표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차베스가 생전에 취한 입장과 기질에 모두가 공감하지는 않았지만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결의만큼은 부인할 수 없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 베네수엘라와 남미는 격랑 속으로

국내적으로 집권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은 차베스가 후계자로 지목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을 내세워 차베스의 정책을 계승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야권 통합연대(MUD)는 차베스의 대항마였던 엔리케 카프릴레스를 내세워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남미에서는 대표적인 좌파 국가인 볼리비아와 에콰도르가 베네수엘라를 제치고 선명성의 기치를 내세울 경우 차베스 시대의 ‘끈끈한’ 관계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베스는 중남미 석유협의체인 ‘페트로카리베’ 17개 회원국에 매년 70억 달러어치의 석유를 싼 가격에 공급하며 영향력을 키워 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야권은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석유를 싸게 공급하지 않겠다고 공약하는 등 차베스식의 석유 공급에 대한 반대 기류도 없지 않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베네수엘라#차베스#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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