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스프린터 신화, 살인극으로 막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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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친구 고의살해 정황
숨진 애인은 잠옷바람, 총격 2시간전 말싸움도
사건직후 친구에 전화해 “내가 죽였다” 고백도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신화로 널리 알려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가 고의로 여자친구를 총으로 쐈다는 정황과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피스토리우스는 15일 “살인혐의를 적극 부인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언론들은 그가 여자친구 리바 스틴캄프(30)를 쏜 것이 실수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건 상황을 가장 자세히 밝힌 언론은 남아공 일요판 신문인 ‘시티프레스’. 이 신문은 조사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피스토리우스가 침실에서 스틴캄프에게 총을 쏴 골반을 맞혔으며 그녀가 욕실로 달아나자 문밖에서 3발을 더 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스틴캄프는 욕실에서 머리와 팔, 손에 총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 피스토리우스의 침실에서 구경 9mm 권총과 함께 피가 잔뜩 묻은 크리켓 배트가 발견돼 경찰이 혈흔 감정에 나섰으며 이 배트가 사건의 진실을 밝혀줄 핵심 증거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사망한 스틴캄프의 두개골이 함몰돼 있었다고 전했다.

남아공 현지신문 ‘이뉴스채널아메리카’는 “스틴캄프가 사건 전날 오후 6시에 피스토리우스의 집에 도착한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녹화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망한 스틴캄프는 잠옷을 입고 있었다. 이는 강도로 오인해 쐈다는 피스토리우스의 당초 주장과 상반되는 증거. 또 경찰은 피스토리우스의 집에서 외부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프레스가 전한 사건 시간대별 상황을 보면 14일 오전 1시 30분 피스토리우스 자택에서 시끄럽게 말싸움하는 소리가 들려 이웃 주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2시간이 지난 3시 20분경 피스토리우스 집에서 총성이 들렸고 이웃 주민은 이런 사실도 경찰에 신고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스틴캄프에게 총을 쏜 직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와줄 것을 요청했다. 오전 3시 30분 그의 아버지가 피스토리우스의 여동생 에이미와 함께 저택에 도착했을 때 스틴캄프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메일은 17일 피스토리우스가 사건 직후 친한 친구에게 전화해 자신이 스틴캄프를 죽였다고 고백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 신문은 16일 피스토리우스의 복잡한 여자관계가 이번 사건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가 첫 여자친구 비키 마일스와 교제하던 2006년부터 동시에 여러 명의 여성과 만났으며 대부분 금발의 백인 여성이었다는 것. 또 피스토리우스는 침대 옆에 권총을 두고 창틀에 기관총을 놔둘 정도로 총기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피스토리우스는 15일 예비 심리를 받았다. 검찰은 그에게 유죄인정 여부는 묻지 않았고 보석심리일을 19일로 연기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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