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들 “재정절벽 앞엔 현금이 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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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협상성공 자신”에도 주식 팔고 투자 축소 잇달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자 증세(增稅) 정책과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될 것으로 우려되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이 서서히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세금 인상을 앞두고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현금화하는 데 앞다퉈 나서고 있고 기업들은 잇따라 투자 축소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1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카지노 재벌인 스티브 윈 씨는 20일 특별 주식 배당금 형태로 7억5000만 달러를 현금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주식 배당금을 받게 되면 내년에 받는 것에 비해 약 2000만 달러(약 220억 원)의 세금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르면 배당이익에 대한 최고세율이 현행 15%에서 내년에는 이익 규모별로 39.6%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인디애나폴리스 인근에서 의료장비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존 무린 씨도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65만 달러어치의 맥도널드, 코카콜라 주식을 팔아치웠다. 뉴욕의 로펌인 헤인스&분의 케네스 베조조 대표는 “이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하면서 (투자자들이) 이렇게 광적으로 투자금을 현금화하고 다른 사업 분야로 전환하려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 결과 미국 40대 대기업 절반이 올해나 내년에 투자를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의 재정절벽 협상이 긍정적인 분위기로 끝났지만 여전히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기업의 투자 축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기업과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투자 축소를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떠나던 17일 오바마 대통령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팀 쿡 애플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등에게 전화를 걸어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로 투자 축소에 나서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오바마#부자증세#재정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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