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135억 유로 긴축안 의회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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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임금 등 대폭 삭감… 내주 구제금융 지원 재개
시민 8만명, 반대 폭력시위

그리스 의회가 7일 135억 유로(약 18조8412억 원)의 재정지출 삭감 내용을 담은 긴축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다음 주에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지원이 재개되고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 논란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찬성 153표, 반대 128표, 기권 18표로 가까스로 절반을 넘기며 긴축법안과 실행법안을 통과시켰다. 마지막으로 긴축법에 따른 내년도 예산안이 11일 의회를 통과하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2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315억 유로의 구제금융 집행을 승인할 계획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예산안도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긴축법은 △연금 수령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고 △연금 수령자에 대한 성탄절 및 휴일 수당을 폐지하고 △공공 부문 임금을 5∼25% 추가 삭감하며 △공무원 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연료와 담배 등에 부과하는 세금을 인상하고 △지역 의료보험료를 인상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 인해 연금 생활자들의 수령액은 5∼15% 줄어든다. 정부는 긴축법의 영향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이 ―4.5%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내년 성장률 예상치였던 ―3.8%에서 0.7%포인트 더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그리스는 오늘 매우 중요하고 희망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이 긴축법은 그리스의 드라크마(옛 통화) 복귀 공포를 최종적으로 없애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16일까지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못하면 유동성 고갈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야 하는 위기에 빠진 상태다. 내년 그리스의 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9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리스 정국은 여전히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연립정부의 분열이 심각하다. 신민주당 사회당과 함께 연정에 참여해온 민주좌파당(16석)은 노동부문 개혁의 재협상을 요구하며 표결에서 기권했다. 신민당과 사회당은 긴축법 찬성에 동참하지 않은 소속 의원 7명을 출당 조치했다. 표결이 이뤄지는 동안 의회 밖에서는 시민 8만여 명이 긴축법에 반대하는 폭력 시위를 벌였다. 그리스 양대 노총이 6, 7일 48시간 총파업을 끝내면서 주최한 집회였다. 시위대는 경찰에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한편 그리스 통계청은 올해 8월 실업률이 25.4%로 그리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는 전달인 7월의 24.8%보다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그리스#유로 긴축안 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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