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경고 못한 과학자 6년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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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법원, 112억원 벌금도 선고
과학계 발칵… 5000여명 탄원서

이탈리아 법원이 22일 지진 위험성을 미리 경고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학자 6명과 공무원 1명에게 징역형에 해당하는 유죄를 선고하자 과학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라퀼라 법원은 2009년 4월 6일 라퀼라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관련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프랑코 바르베리 전 국립대재난예방위원회 위원장과 엔초 보스키 박사 등 위원회 소속 7명에 대해 징역 6년과 780만 유로(약 112억 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지진 피해자 대변인은 “모든 희생자를 위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지진 발생에 앞서 수개월 동안 소규모 지진이 200여 건이나 발생했지만 부정확하고 모순적인 정보를 제공해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당시 규모 6.3의 지진으로 309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다쳤고 6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검찰은 “피고들은 지진 발생 6일 전 라퀼라에서 재해대책위원회를 연 뒤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낮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발표해 지진 피해에서 벗어날 기회를 박탈했다”며 기소했다. 재판은 지난해 9월 시작됐다.

그러나 보스키 박사는 “왜 기소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과학계도 “완전한 지진 예측은 불가능하다”며 판결에 반발했다. 리처드 월터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과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전문가들을 교도소로 보내선 안 된다. 이는 매우 위험한 선례가 돼 과학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 과학자 5000여 명은 이탈리아 대통령에게 무죄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이탈리아에선 최소 한 단계 항소를 거친 뒤에만 유죄가 확정되기 때문에 피고들이 이번 판결로 즉각 수감되지는 않았다. 피고 측 변호인은 “경솔한 판결이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탈리아#지진#과학자 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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