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요예배날 反美 불길 활활… 곳곳서 유혈사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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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모독 동영상 파문

리비아에서 촉발된 지 4일째 접어든 반미(反美) 시위는 14일 이슬람 금요예배와 맞물리며 전 세계 이슬람 국가로 번지고 있다. 특히 예멘 등지에서 끝내 사망자까지 발생하며 무력시위가 유혈사태로 이어졌다. 수단에서는 시위대가 영국과 독일 대사관을 습격했고, 레바논에선 미국계 음식점 체인인 KFC 점포를 파손해 ‘이슬람의 반(反)서구운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 예멘 레바논 인명 피해 확대

14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시위대 5000여 명이 거리로 나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전날보다 가담자가 훨씬 늘어난 추세다. 시위대는 성조기를 불태우고 돌을 던지며 미 대사관으로 향했으며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막아섰다. 다만 전날 인명 피해를 고려한 탓인지 공포탄으로 위협을 가할 뿐 실탄 발사는 자제했다.

13일 예멘에서는 시위대와 충돌한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최소 4명이 목숨을 잃고 34명이 다쳤다. 시위대는 미 대사관 영내로 들어가 성조기를 불태웠으며 건물 내부 진입도 시도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실패했다. 현재 미 대사관 주변은 보안군까지 나서 주위를 봉쇄했다.

반미 움직임이 적었던 레바논은 14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방문하며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 교황이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한 당일 북부 항구도시 트리폴리에서는 이슬람계 시민 수백 명이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들은 KFC 점포를 습격해 불태웠으며 경찰과 충돌해 최소 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교황의 레바논행은 몇 달 전부터 예정됐던 일정으로 사흘 동안 기독교 및 이슬람 지도자들과 접견할 예정이다. 반미 시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으나 중동 국가 가운데 드물게 인구의 40%가 기독교도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당일 트리폴리에서 시위가 발생하면서 레바논 당국은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특급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 이집트는 250여 명 부상…주변국·아시아로 시위 확산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14일에도 4일째 시위가 계속됐다. 시위대 300여 명은 타흐리르 광장 주위에서 모여 돌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이집트 당국은 전날 시위에서도 경찰 24명, 시위대 22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집트 정치권은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외교공관은 자국에 온 손님인 만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민의 냉정을 당부했다. 무슬림형제단도 당초 이슬람 모독 영상에 항의하는 전국 집회를 열자고 촉구했으나 14일 입장을 바꿔 취소했다. AP통신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강경 발언에 이집트 지도자들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아프리카 수단 역시 갈수록 시위가 거칠어지고 있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 라디오 등을 통해 시위 가담을 독려하며 금요예배를 마친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 군중은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미 대사관행을 저지하자 인근 영국과 독일 대사관을 에워싸고 진입을 시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독일 대사관 지붕에 올라가 국기를 끌어내리고 방화를 하기도 해 소방차가 출동하여 진화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란 테헤란에서는 13일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며 스위스 대사관 앞에서 약 500명이 “미국과 할리우드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쿠웨이트에서도 500여 명이 미 대사관 앞에서 알카에다의 검은 깃발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 모두 오사마(빈라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자국 주재 미 대사관 외곽에 경호부대와 특수경찰을 배치해 경계를 강화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주재 미 대사관은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 리비아 “무장단체가 테러 기획”

리비아 당국은 13일 벵가지 미국 영사관을 습격한 용의자 4명을 체포해 범행 동기와 테러조직과의 연관성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무스타파 아부 샤구르 리비아 신임 총리는 “사건 조사에 큰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와니스 알샤리프 리비아 내무차관은 “이번 사건은 무장단체가 9·11테러 11주년을 겨냥해 기획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반(反)이슬람 영화를 이용해 시위를 촉발시킨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슬람#반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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