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사진전, 갖은 협박에도 日 전역서 열겠다”… 안세홍 씨 내일부터 전시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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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죽이겠다는 협박 메일도”
日법원 니콘 맞선 안씨 손들어줘

재일교포 사진작가 안세홍 씨가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사진을 펼쳐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재일교포 사진작가 안세홍 씨가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사진을 펼쳐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일본 우익 단체들이 매일 협박합니다. 하지만 도쿄뿐 아니라 일본 전국에서 위안부 사진전을 열어 할머니들의 고통을 알릴 겁니다.”

26일부터 7월 9일까지 도쿄 신주쿠(新宿)에 있는 사진 전시관인 니콘살롱에서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위안부 할머니들 사진전’을 여는 재일교포 사진작가 안세홍 씨(41).

지난해 12월 안 씨가 처음 사진전 신청을 했을 때만 해도 니콘살롱은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大阪)에서도 사진전을 열자”고 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니콘살롱은 갑자기 ‘사진전 개최 불가’ 통보를 했다. 이유는 “일본군 위안부 사진전은 정치색이 강해 사진문화 향상이라는 니콘살롱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안 씨는 도쿄지방법원에 사진전 개최 불가를 취소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니콘살롱이 갑자기 방침을 바꾼 것에 대해 안 씨는 “니콘의 주요 주주인 미쓰비시(三菱)가 전쟁물자 제조로 성장한 회사인 만큼 주주의 압박이 있었고, 일본 우익 단체들도 니콘 제품 불매운동을 하며 반발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쿄지방법원은 최근 “위안부 사진전이 일정한 정치성을 띠고 있지만 사진 문화의 향상이라는 목적도 함께 있다. 니콘은 사진전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라”며 안 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직후 니콘살롱은 변호사를 통해 “장소를 사용하라. 하지만 다른 지원은 없다”고 통보했다. 사진전 개최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지만 니콘살롱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안세홍 사진전은 중지됐다’고 게재돼 있다.

사진전이 다가올수록 안 씨의 시달림도 커지고 있다. 전화를 걸어놓고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 욕설을 하는 e메일도 많다. 최근에는 ‘위안부 사진전을 열면 죽이겠다’는 섬뜩한 e메일까지 오고 있다. 나고야에 있는 가족들을 다른 곳으로 피신시킨 안 씨는 “조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타향에서 쓸쓸한 여생을 보내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그 할머니들의 감정을 일본인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종군위안부#안세홍#일본 우익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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