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 ‘세계 4위 물동량’ 中 닝보, 외국기업 유치 올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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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중국 저장 성 닝보 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국저장투자무역상담회에서 관람객들이 닝보 지역 기업들의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해 해외의 중앙 및 지방정부 40여 곳이 참가했다. 닝보=고기정 기자 koh@donga.com
9일 중국 저장 성 닝보 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중국저장투자무역상담회에서 관람객들이 닝보 지역 기업들의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을 비롯해 해외의 중앙 및 지방정부 40여 곳이 참가했다. 닝보=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베이·중·유·이(貝中友誼)! 베이·중·유·이!’

9일 중국 저장투자무역상담회가 열린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 시 국제컨벤션센터. 아프리카 베냉 청년 소글로 씨가 발을 구르며 네 박자 리듬으로 베이중유이를 외치자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베이는 베냉(베이닝·貝寧), 중은 중국의 첫음절이며 유이는 우의를 뜻한다. 소글로 씨는 ‘즉석공연’을 끝낸 뒤 “닝보 시가 무료로 이번 행사에 베냉관을 열어줘서 감사하다. 중국과 베냉 간 교역이 더 늘기를 희망한다”며 안내 자료를 돌리기 바빴다.

유로존 위기로 중국 경제에 비상이 걸린 요즘, 각 지방정부가 기업 살리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상하이에 이어 물동량 기준 중국 2위이자 세계 4위인 항구도시 닝보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서 민영경제가 가장 발달된 도시 중 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중국 특유의 정부 주도 선단식 산업정책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번 무역상담회도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시가 마련한 자리였다. 9만 m² 규모의 공간에 40여 개 외국 도시와 국가에 부스를 마련해줬다. 한국에서는 전라남도와 대구시가 참여했다. 또 시는 이곳에 닝보와 저장 성 일대 섬유, 가전, 문구, 자동차부품 회사들이 기업관을 두도록 해 외국 부스와 닝보 일대 기업관을 연결해 주고 있었다. 기업의 해외 판로를 시가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닝보 시 대외무역경제합작국 강융(剛勇) 부국장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 안에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닝보 시 곳곳에서는 경기 침체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닝보가 자랑하는 세계 최대 플라스틱 사출기 생산업체인 하이톈(海天)의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과 같은 103억 위안(약 1조8900억 원).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을 빼고는 1966년 창립한 이래 단 한 해도 영업실적이 감소한 적이 없다는 이곳도 팽팽한 긴장에 휩싸여 있었다. 왕샤오리(汪曉莉) 주임은 “국내 판매는 확실히 안 좋고 유럽과 중동 시장도 어렵다. 동남아와 브라질 등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평소 같으면 컨테이너 하역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었을 닝보항도 20여 기의 크레인 중 서너 기만 운행 중이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닝보 시는 무역상담회 개최뿐 아니라 관할구역 내 기업들이 외국 전시회에 참가할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대금 결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용 및 보험을 지원해 주며 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확대를 위해 시 정부가 보증을 서고 있다. 시 신문판공실(공보실) 정펑(鄭豊) 주임은 “다행히 닝보 시는 재정이 좋다. 우리가 위기에 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 투자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닝보 시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800만 달러로 중국 평균인 2000만 달러에 못 미친다. 이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대형 외국기업이 들어오면 세금을 돌려주거나 고급 인재를 위한 주택 및 임금 보조금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닝보 시가 조성 중인 항저우만개발구(한국의 공업단지)에 있는 한국의 만도도 지난해 우수기업에 선정돼 세금을 돌려받았다고 한다. 천궈창(陳國强) 시 정부 부비서장은 “고급 인력의 임금은 시 차원에서 3분의 2를 지원해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노력 덕에 개발구의 땅값이 주변보다 배 이상 높지만 독일 폴크스바겐이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등 이미 용지 분양이 끝났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 “중앙정부는 외국 기업에 대한 특례조항을 다 없애도록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투자를 끌어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닝보 시의 노력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지방정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닝보=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물동량#닝보#외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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