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3km 달린 강아지… 먹을 것 던져주면서 ‘동행’은 시작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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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견과 자전거 친구들 中~티베트 20일 여행 화제

자전거여행을 하고 있는 장헝 씨 일행을 따라 도로를 달리고 있는 유기견 샤오싸. 버려진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장 씨를 따라 20일 동안 총 1833km를 달렸다. CCTV 화면 캡처
자전거여행을 하고 있는 장헝 씨 일행을 따라 도로를 달리고 있는 유기견 샤오싸. 버려진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장 씨를 따라 20일 동안 총 1833km를 달렸다. CCTV 화면 캡처
누구나 어린 시절 집 잃은 강아지가 자신을 따라왔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키우지 못하게 하는 어른들 때문에 거짓으로 혼내는 시늉을 하며 “가라”고 소리치면서도 내쫓기는 강아지의 슬픈 눈망울에 가슴이 저려왔던 그런 기억….

중국 후베이(湖北) 성 우한(武漢) 시에 사는 대학생 장헝 씨(22)도 4일 오후 6시경 길가에서 그렇게 암컷 강아지 한 마리를 만났다. 쓰촨(四川) 성 야안(雅安) 시의 한 터널 입구에서였다. 장 씨는 졸업 기념으로 청두(成都)에서 티베트 수도 라싸(拉薩)까지 318국도를 따라 친구들과 4월 29일부터 자전거여행 중이었다. 흰 털에 노란색 털이 군데군데 나 있는 작은 유기견은 매우 피곤한 상태로 엎드려 있었다.

강아지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 뒤 숙소로 정한 호텔로 향하려는 순간 강아지가 따라 나섰다. 하룻밤만 같이 데리고 있을 요량으로 호텔에 같이 묵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도 강아지는 계속 따라 달리는 것 아닌가. 장 씨 일행은 강아지가 곧 제 풀에 지쳐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강아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리며 자전거를 따라왔다.

결국 동행을 허락한 장 씨는 작다는 의미의 ‘샤오(小)’와 자신들의 목적지인 라싸의 ‘싸’ 자를 따 샤오싸(小薩)라고 이름을 붙여줬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계정(@gogo 小薩)을 만들어 여행 과정을 누리꾼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샤오싸를 ‘포레스트 검프’ ‘하늘이 내린 강아지’라고 부르며 여정을 응원했다. 장 씨의 웨이보는 2주 만에 4만 명의 팔로어가 생길 정도로 유명해졌다.

라싸까지의 여정은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속도가 빨라지는 내리막길에서는 샤오싸를 자전거 뒤에 급조한 철창 안에 넣고 달렸다. 장 씨와 함께 출발한 친구들이 대다수 중도 포기해 마지막엔 장 씨를 포함해 3명만 남았다. 그러나 샤오싸는 악천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평균 60km 이상을 달려 장 씨 일행과 만난 지 21일째 되는 날인 24일 마침내 라싸에 도착했다. 그동안 샤오싸가 달린 거리는 무려 1833km. 해발 4000m 이상 되는 산도 10개 이상 넘었다.

샤오싸의 건강 상태를 봐 주겠다는 수의사와 강아지 사료를 주겠다는 사람도 생겼다. 장 씨는 샤오싸와 고향인 우한에서 평생을 같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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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유기견#20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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