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지 기자 ‘미얀마의 봄’ 5信·끝]과거엔 ‘수치’ 자체가 금기어였는데…

  • 동아일보

표정 밝아진 시민들 “교육이 희망”

강은지 기자
강은지 기자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에요.”

미얀마 양곤의 교사인 마웅마웅소 씨(39)가 기자에게 휴대전화를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전화기에는 아웅산 수치 여사의 사진이 들어간 액세서리가 달려 있었다. 마웅마웅소 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치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요즘 미얀마 사람들은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NLD(민주주의민족동맹)’ ‘아웅산 수치’와 같은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액세서리와 모자, 티셔츠에 NLD 깃발과 수치 여사의 사진이 들어간 게 자기들 스스로도 신기하다는 것이다. 2년 전까진 거리에서 5명 이상 모이는 것도, 수치 여사의 집이 있는 거리 주변을 걸어 다니는 것도 금지였다.

이처럼 거리에는 ‘민주화의 봄’이 왔지만 미얀마 사람들은 아직 마음을 놓지 않는다. 군부와 정부의 태도가 누그러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법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아직도 검열을 받아야 하고 정부의 허가 없이 외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징역형을 받는 불법이다. 정부의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은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수치 여사의 집이나 NLD 당사 맞은편엔 아직도 손에 무전기를 든 사복 경찰들이 하루 종일 서성이고 있다.

한 중견 언론인은 “미얀마가 2014년에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이 된다는데, 정부가 목적을 달성한 뒤 2015년 총선 때 다시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며 “정부가 스스로 변할 거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NLD 우틴우 최고위원은 기자에게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은 사람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고민처럼 미얀마 민주주의의 미래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하지만 설령 단기적으로는 반작용이 있을지 몰라도 민주화의 거대한 흐름은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이 특히 희망을 걸고 집중하는 부분은 교육과 언론이다. 국민들이 건강해지면 민주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다.

우아에보 씨(49)는 1998년부터 5∼16세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무료 학교가 양곤에만 25개, 전국적으로는 800여 개가 있다. 비인가 학교지만 학교 수가 부족한 미얀마에서 교단에 선 그의 사명감은 크다. 우아에보 씨는 “교육 받는 국민이 현명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언론자유와 복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은 NLD는 곧 국회에서 무료 교육기관의 인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프리랜서 언론인 우소윈 씨는 “아마 당신이 다음에 방문할 땐 더 달라진 미얀마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양곤에서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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