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복 사줘” 분신한 소년 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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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서 부모가 새 교복을 사 줄 형편이 못되자 자신의 몸에 불을 질렀던 캄란 칸(13)이 끝내 숨졌다고 1일(현지시간) 그의 가족과 현지 경찰이 밝혔다.

키베르 파크툰와주의 샤브카다르 마을에 살던 칸의 가족은 음식을 마련할 돈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어머니는 파출부로 일하며, 그의 아버지는 4달 전 빌린 돈으로 취업비자를 얻어 사우디아라비아로 갔으나 아직 그곳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다른 파키스탄인들처럼 칸의 가족도 수업료를 낼 형편이 안됐다. 그러나 한 지방 사립학교가 유망한 학생이었던 칸에게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줬다고 칸의 형이 말했다.

칸의 형은 또 동생이 가족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금속 조각과 같이 팔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찾으러 마을을 돌아다녔다면서 그가 한번도 부모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칸이 새 교복을 사달라며 부모에게 처음으로 떼를 썼다.

입던 교복이 닳아 입고 다니기가 부끄러웠던 것.

며칠간 매달리는 칸을 달래다 화를 참지 못한 어머니는 지난달 24일 아들을 때렸고, 칸은 "교복을 사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며 반항했다.

이어 다음날 칸은 집 밖으로 뛰쳐나가 온몸을 휘발유로 적신 뒤 분신했다.

몸 전체의 65%가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의 부모는 치료비를 마련할 방도가 없었다.

칸의 형은 "의사는 5500달러(약 621만원)를 내라고 했지만 우리는 음식을 살 돈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칸은 5일동안 위독한 상태에 있다가 31일 숨졌다.

칸의 사연은 음식을 마련할 돈조차 없는 수많은 파키스탄 빈민가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실제 파키스탄 공립학교는 수업료가 한 달에 2달러(약 2200원) 정도지만 자녀가 많은 파키스탄 빈민 가족에게는 이조차 버겁다.

지난해 파키스탄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30%의 파키스탄인들은 2년 이하의 교육을 받으며 6세 이상 16세 이하의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조차 절반 가량이 한 문장도 읽지 못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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