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자신감은 이슬람혁명 이듬해인 1980년 시작된 이란-이라크전쟁에서 미국이 지원한 이라크에 8년간이나 꿋꿋이 맞선 데 따른 자부심이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높았다. 대로변 건물 외벽에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을 그려 놓고 빨간 글씨로 ‘테러리스트’라고 낙인을 찍은 포스터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서방의 제재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현지 신문인 ‘이란뉴스’는 “이란에 대한 제재는 효과적이지 않다. 오히려 서방이 이란 제재로 고통 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자문위원인 알리 아크바르 자반페크르 씨는 “이란을 움직이려면 제재를 가할 것이 아니라 이 정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 당국자나 상당수 시민의 ‘제재 무효과론’을 반영하듯 시장에는 저렴한 가격의 과자와 음료가 넘쳐나고 한국산 제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테헤란 외곽의 콤 시로 가던 중 들렀던 한 휴게소는 규모는 작지만 초코파이 종류만 3가지였고 냉장고에는 한국 해태의 과일 주스가 꽉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란혁명과 이란-이라크전쟁 등 오랜 투쟁을 겪어온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층에선 이란의 ‘줄타기 외교정책’을 불안해하는 반응이 없지 않았다. 일자리 부족과 부패한 권력에 대한 분노와 회의가 정부의 대결정책 때문에 평화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대학 입시를 앞둔 니모 군(18)은 “사실 진짜로 전쟁이 날까 봐 겁이 난다”며 “전쟁이 터지면 우리는 모두 군대에 끌려가야 하는데 지금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세관 직원인 시아막 씨(40)는 지난해부터 택시 운전을 하고 있다. 제재의 영향으로 세관 통관 물품이 감소해 일거리가 줄면서 수입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도 테헤란에서 4년제 대학을 나와 한때 정유시설 엔지니어로 일했으나 수년 전부터 ‘백수’가 됐다.
테헤란대 앞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바르브아일 씨(42)는 “핵 갈등을 외교적으로 풀어야지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며 걱정했다.
현지 신문이 게재한 한 장의 만화는 핵개발 갈등으로 받은 제재 때문에 늘어나는 서민들의 고통과 대결 외교를 펴는 정부에 대한 비판, 하지만 왜 반미(反美)의식이 높아지는지 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미국이 발등을 밟자 이란 당국자는 “아야” 하고 가벼운 아픔을 나타내지만 이란 당국자의 구둣발 아래 눌린 서민들은 “우리가 무슨 죄냐”고 하소연하는 장면이다.
이란 정부가 강경 대응 의지를 밝히면서도 한편으로는 외교적 해결을 위한 제스처를 멈추지 않는 것도 제재 장기화에 따라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서민들이 받을 주름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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