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두 여걸, 경제해법 ‘하늘과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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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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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켈 獨총리-라가르드 IMF총재 견해차 좁혀질까

그리스 국가부도 사태가 민간 채권단과 정부의 국채 교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며 일단락되자 유럽의 시선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58)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56) 두 여인에게 쏠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는 절친하지만 유럽에서 또 다른 국가가 그리스처럼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두 사람은 유럽 채무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에서 차이가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유럽 각국이 경제성장 촉진을 위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일부 국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상황 인식이 다르다 보니 대책도 다르다. 라가르드 총재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웃 나라들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돈을 풀어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구제금융기금을 1조 달러(약 1119조 원)로 크게 늘려야 한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상당한 규모의 자금으로 펀드를 만들어 어려운 나라들이 필요할 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쓸 수 있도록 하면 재정위기가 다른 나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방화벽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돈을 쉽게 빌려 쓰게 하면 그리스가 그랬던 것처럼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민들이 고통을 인내하지 않으려하는 것도 문제로 보고 있다.

이처럼 뚜렷한 정책과 철학의 차이를 보이지만 두 사람은 서로 친근하게 성(姓)대신 이름을 부르고, 수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교환했을 정도로 친한 사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많은 모임이나 포럼에서 여성은 우리 둘만인 경우도 있다”며 “서로 존중하고 일종의 연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금을 확충하려면 의회와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적인 제약이 있는 메르켈 총리의 고충을 이해한다”며 “메르켈 총리도 내가 유럽 전체의 안정을 위해 때로는 독일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로의 지위와 역할에 차이가 있지만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것이다.

NYT는 “유럽의 장기적인 채무위기 해결의 돌파구는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이 견해차를 얼마만큼 좁히는지에 달려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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